제3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운용을 개선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일로 평가된다. 최근 빚어지고 있는 반미사태가 한.미 동맹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할 때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SOFA의 개정에 이르지 못하고, 운용개선에 그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와 관련, 미국에 대해서는 일시적.우발적인 일로 해석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싶다. 물론 여중생 사망이라는 극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반미사태의 근저에는 뿌리깊은 반미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형평주의.호혜주의를 내세워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민족정서를 자극해온 점이 없지 않았다. 부당한무역 보복조치, 자국산 무기체계 구입 강요, 전쟁 동원 강제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한국민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압력을 수용해야 하는 약자의 비애를 느껴왔다. 미국과의 동등한 거래나 협상이 이뤄졌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문제는 미국의 한국관이다. 물론 한.미간에는 문화적 차이나 사회수준의 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미국의 명실상부한 동반자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한국에 대한 경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것이다.
'한국 사람은 들쥐 떼'라고 공언한 주한 미군사령관의 발언이나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말한 유엔사 대표의 발언이 그런 인식의 일단을 표출한다. 이같은 비하적 한국관을 갖고서는 시대에 맞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 80여 개 주둔국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 하여 SOFA개정 거부를 못박았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미국의 우월적 일방주의일 뿐이다.세계평등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 미국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한국에서 비롯됐다고 양국 동맹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대담한 접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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