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스-코, 낌새를 맡는...

'살아온 모든 세월을 가로질러 우리를 데려가는 강력한 마법사. 냄새는 우리의 지나온 세월을 거슬러 과거 속으로, 또한 수천km나 떨어진 먼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헬렌 켈러)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은 어느 것 하나 신비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인간의 몸이 소우주라고 불리는 만큼이나 또한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많지가 않다.

생명과학자인 라이얼 왓슨의 '코, 낌새를 맡는 또 하나의 야콥슨 기관'(정신세계사 펴냄)은 얼굴의 가장 중심자리에 위치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코'에 대해 놀랄만한 분석을 하고 있다.

사실 '코'는 냄새를 맡는 것이 주 기능이지만 '콧대가 세다' '코가 높다'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맡는다' 등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나 영어의 '코를 센다(사람 수를 센다는 말)' '콧구멍을 통해 지불했다(바가지를 썼다는 뜻)'에서 보이듯 사람의 분위기나 개성을 나타내거나 낌새를 알아채리는 뜻 등으로 원용되고 있다.

이런 말들은 비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코가 그러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은이는 증명해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세기때부터 코가 통상적인 기능외에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후각자체가 언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분야여서 무시되거나 소홀히 취급돼왔다는 것이다.

19세기초 생물학자와 해부학자들은 뱀의 입천장 부위에 있는 구조물인 야콥슨 기관이 박쥐, 고양이, 토끼 등에게도 있으며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그러나 이 기관의 용도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180년이 흘렀고 1991년 한 실험을 통해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도 야콥슨 기관이 있다는 것이 관찰됐다.

콧구멍 1.5cm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한 쌍의 작은 이 구멍은 보다 원초적으로 많은 정보를 뇌에 전달해 줌으로써 인간의 기본 행동양식에 큰 영향을 주는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최근의 연구들은 이 감각체계가 동물에서 쉽게 찾아 볼 수는 있지만 인간에게는 부족한 초자연적인 능력을 설명해주는 '육감의 원천'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코의 역사, 향기의 사회학, 악취와 향내 등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후각기관을 분석하고 냄새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특히 '천대' 받아왔던 코의 복권을 위해 은둔에 쌓여있던 야콥슨 기관의 비밀을 조금씩 벗겨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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