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이 백기를 들었음에도 조지 부시는 또다시 이라크의 방공망을 쓰레기장으로 바꾸었다. 이 글이 발표되기 전에 수백 대의 전폭기들이 이라크를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만드는 모습이 긴급뉴스의 이름으로 천연덕스레 우리의 안방에 나타날 수도 있겠다.
지금, 세계의 양심들은 이라크에서 석유의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기필코 터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더러운 전쟁'을 마치 예고 없이 연착되는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처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 힘없는 양심의 대열에는 틀림없이 문학이 선두를 지키며 너무 오래된 불가해의 질문 하나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대체 문학이 전쟁의 위기를줄이고 평화를 이룩하는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문득 나는 요즘에 만났던 베트남의 한 늙은 작가를 기억한다. 베트남작가동맹 부총서기, 안 득. 아메리카합중국이 일으킨 '더러운 전쟁'에 맞서 투쟁하는 조국해방전선에서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지난 10월 하순 처음 한국을 방문하여 이렇게 발언했다.
"총알은 빠른 반면에 우리의 문학은 느리다.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글자와 그 글자들을 꿰맞추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등이 굽고말이 없는 작가들. 그러나 우리 작가들이 용기를 가지고 진리의 편에 서서 전쟁을 일으킨 자들과 투쟁한다면 우리의 문학이 결코 무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문학은 우리의 조국과 세계에서 진실의 편에 서고, 특히 여성과 노인과 어린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종이를 채우는 지식으로써 인간의 생명과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이 말은 당위적 윤리를 강조한 것으로, 기억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총알보다 너무 느릴 수밖에 없는 문학'의 실존적 한계를열어주지 못한다.
바로 여기서 문학의 운명론이 대두되었는지 모른다. 아, 상처 위에서 그것의 기억을 더듬으며 인생과 역사에 대한 질문의 집을 건설해 나갈 수밖에 없는 문학의 운명이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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