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정수도 이전 '분권'훼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 수도 충청권 이전이 대선전 득표를 위한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노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방분권'의 본질이 크게 왜곡될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오후 8시부터 열린 TV토론회에서 노 후보의 국회·청와대·정부기관의 충청권 이전공약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서울의 집값 하락과 공동화현상을 불러올 것이며 4조5천억의 예산으로 행정 수도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반대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두 후보측의 이러한 공방은 지방분권 실천을 둘러싼 정책적 공방이 아니라 충청표와 서울표 선점을 위한 또다른 지역주의 감정의 불을 지피는 정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대선후 지방분권 실행에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노 후보의 경우 당초 수도권 과밀 문제와 지방 분권 해결 방안으로 행정 수도 이전론을 내세웠지만 대선전 과정에서 충청권 공략을 위한 특혜성지역 개발 공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대전권이 이미 광역 수도권에 포함된 상태에서 청와대와 국회·정부기관의 동시 이전은 실천 여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지방살리기 차원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발도 일고 있다. 지방분권 공약으로 각 지역별 기능 분산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해 수도권 주민들의 불만이 일어나자 수도권 공략을 위한 맞불 작전 차원에서 '수도권 공동화' 논리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은 서울이 가진 경제·교육·문화적 수도 기능 중 행정기능의 이전으로 결국 수도권 주민들의 기득권 보호 논리를 교묘히 이용한 득표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분권운동본부 김형기 대표는 "두 후보측이 약속한 지방분권은 서울과 지방을 모두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라며"그러나 대선전에서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이러한 분권운동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이러한 지역주의적 논리로 수도권 공방이 진행될 경우 대선 이후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실천하는데 있어 해당 주민들 사이에 상당한 감정적 논란과 반대를 불러올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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