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도 당당한 가수 그룹 캔

"웃기는 가수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먼저 이말부터 꺼내는 남성 듀오 캔은 몹시 피곤해보였다. 공연차 대구를 찾기 전날도 군산에서 공연하고 오느라 두 시간밖에 못잤단다. 그래도 자리에 앉자마자 특유의 농담을 건넨다. "대구는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미인이 많은거 아닌가요? 냉·온탕 요법으로 피부가 다들 탱글탱글 하신것 같아요".

캔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오늘도 참는다', 드라마 '피아노'의 '내 생애 봄날은'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 전후로 온갖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해 편안하고 재치있는 말솜씨로 개그맨과 다름없는 입담을 보여줬다.

'명랑가수' 캔은 그러나 데뷔 이후 지난 4년여간의 생활을 한마디로 "산전수전 공중전"이라고 정리한다. 왜일까?

"이리저리 다니면서 하루에 스무곡씩 노래만 부른 적도 있지만 남는게 없더군요. 오락 프로에 나가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알아줬어요. 일단 우리를 알리고 보자 싶었죠". 이종원(31)이 먼저 운을 떼자 배기성(29)도 거든다.

"4년동안 한번도 못 쉬었어요. 노래는 물론 쇼프로, MC까지, 안 해본게 없어요". 캔은 '가수가 노래만 해서는 살 수 없는' 우리나라 가요계의 현실을 아프게 겪었다고 했다.

그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비애를 느꼈는데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니까 잘 적응했죠". 여기서 덧붙이는 한마디. "지금은 대우도 잘해주고 분장실도 따로 내주고 좋아요"하면서 씩 웃는다.

소위 '뜨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사에서 임의로 구성하다 보니 말많고 탈많은 팀들도 많다. 캔은 어떨까?

"며칠 전에 꿈에서 종원이 형이 저를 때리는 거예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잠에서 깨고 난 뒤에 막 따졌다니깐요". 배기성은 이종원을 형으로 깍듯이 대우해준다. 이종원 역시 배기성을 잘 챙기는 눈치다. "우리는 각자 무명생활을 오래 겪어서, 서로 상처는 안 건드려요". 이종원의 말 뒤에 고단함을 아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느껴진다. "일 있으면 형한테 먼저 얘기하고, 형이 양보하면 제가 하죠. 싸울 수가 없어요".

이렇게 사이좋은 캔이 몇 달 전 위기를 겪었다. 과로로 배기성이 쓰러진 것. "병원에 갔더니 산송장이나 다름없대요. 워낙 불규칙하게 방송 일정을 따라가다보니 오장육부가 성한 데가 없는거죠".

지금 캔은 출연하던 방송을 서서히 정리하고 재충전을 준비중이다. "쉬는 동안 외국으로 가서 몸도 만들고 음반도 준비할 거예요. 한국에 있으면 하다못해 친척들까지 와서 부탁하니까 쉴 수가 없거든요".

내년 4, 5월쯤엔 여름을 겨냥한 새 음반을 들고 나타날 거라는 캔.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는 어떨까. "대중이 가장 원하는 대중가요를 부를겁니다. 우린 대중가수니까요".

그들과의 대화에서 세상을 알아버린 이 시대의 어릿광대를 본다. 가수가 되고팠지만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남들을 웃겨야 하는 캔. "음악적인 면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정리하는 캔에게 기자가 아쉬움을 표하자 "다큐멘터리 쓸거유?"라며 눙친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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