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앞에선 작아져야만 하나

ㄱ씨-몇년전 예술교류전에 영호남 예술인들이 어울려 친목을 다지는 자리였다. 술잔이 오가는데 갑자기 좌중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고함소리가 나왔다.

"여자 불러와…". 행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한 고위 공무원이 술에 취해 호기를 부린 것이다. 술자리인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무원들이 '평소 예술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무척 불쾌했다.

ㄴ씨-각 문화예술단체장은 수백~수천명의 회원을 대표하지만 공무원 앞에서면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대구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총회장이 시장을 만나려면 며칠전부터 면담신청을 한 뒤 담당 공무원의 통보를 기다려야하고 시와 함께 행사라도 하나 하려면 기획안을 들고 시청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려야 하는 현실에서 문화예술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ㄷ씨-시의 고위공무원이 참석했던 한 공연에 간 적이 있다. 공연이 지연돼 객석은 웅성거렸지만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던 차에 20여분이 지나서야 그 고위 공무원이 도착했다. 바쁜 일정속에서 공연장을 찾아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알아서 기는' 공무원의 자세는 많은 관객과 문화예술인들은 없고 공무원만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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