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자 살아도 온정만은 넘치죠

소아마비 불구의 몸에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살아온 70대 할아버지가 자신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 오던 논 447평(6천만원 상당)을 동네에 희사,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창복(72.문경시 문경읍 하초리)씨는 어릴때 소아마비를 앓아 양다리를 제대로 못쓰면서도 성한 사람 뺨칠 정도로 동네에 휴경지가 생기면 경작하는 등 농사에 열심이었다. "그래서 감자.고구마 등을 생산하면 경로당을 찾아 노인들을 대접하는 경로 모범도 보여왔다"는 이장 엄화진(55)씨의 찬사다.

10일 박씨가 희사한 논을 동네 재산으로 등기를 마친 엄 이장은 "박씨가 사망하게 되면 장례는 물론, 제사를 동민들이 지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박씨는 평소 동네에 길흉사가 있을 때면 불편한 몸에도 불구, 빠짐없이 참석해 일을 거들어주는 열성을 보였다.

99년엔 박씨의 논 중 일부가 도로에 편입돼 보상금을 받자 자신도 어려운 처지이면서 100만원을 선뜻 경로당에 기부하기도 했다.경로당에 대한 박씨의 정성은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경로당 운영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두부콩을 갈아주는 기계를 기증하고 동민들이 두부를 만들 때 내는 사용료로 운영하게 했다.

"나이도 나이지만 얼마전 허리를 다쳐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는 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라 얼마 안되는 논이지만 동네에 넘겼다"는 박씨.나무하기, 풀베기, 청소 등에 이골이 났다는 박씨의 10여평 슬레이트 가옥 마당에 들어서자 어느 집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이 정리가 돼 있었고,박씨의 손때가 묻은 주방이며, 장독대며 모두가 한결같았다.

삼남매의 막내였지만 6.25때 형이 행방불명되고 서울에 살던 누나가 5년전에 사망, 지금은 일가친척 하나 없는 혈혈단신이 된 박씨. 그는 이제 모아놓은약간의 돈으로 생활을 꾸려갈 계획이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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