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면 교육이 개선될까. 대통령 선거 때마다 수많은 교육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저마다 '교육 대통령'을 자임했지만 솔직히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나름의 교육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 많다. '내 집을 갖게 해 준다면'이라는 기대보다 '내 아이 교육 걱정을 덜어준다면'이라는 기대가 더 큰 현실이 민감하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유력 후보들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공교육 정상화=사교육비 문제의 해결책으로 한결같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이를 위해 교육재정을 6~7%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지만 교육재정 확보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실현되지 않은 단골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될 지는 미지수다. 만 5세아 무상교육, 교사 처우 개선, 전문성과 질 제고 등도 비슷하게 나오는 공약이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국민 기초학력 보장제도를 통해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영어 과외를 줄이기 위해 학교 영어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대학입시 자율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는 실업계 및 농.어촌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학원 수업을 학교 내로 끌어들이는 특기.적성 교육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그러나 두 후보 모두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없이 학교 수업을 늘려 대처하는 지엽적 해결책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공교육 위기 문제를 학벌 위주 사회, 공교육 투자 부족 등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학력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한편 교장선출제 실시,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 민주화와 장기적으로 대학까지의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고교 평준화=고교평준화에 대해 노 후보는 기본틀 유지, 이 후보는 대폭 보완, 권 후보는 전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노 후보는 교육문제에 시장원리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정책과 기본틀을 같이하면서 특목고와 자율학교 확대 등을 통해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통해 단계적으로평준화를 풀겠다는 방향으로 보인다. 자율학교를 대폭 늘리고 지역 내 선 지원 후 추첨제 확대 등 보완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빠른 평준화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있어 교육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두 후보에 반해 권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 폐지, 특목고 일반고 전환 등과 함께 평준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입시=자율화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2007년까지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완전히 맡기겠다고 밝혔다. 수능시험은 선택과목 수 확대, 복수 응시기회 제공 등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
노 후보는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과 시기, 정원을 자율 결정하도록 위임하는 등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학생의 대학선택권을 넓혀주겠다고 정리했다. 수능시험은 자격시험으로 난이도를 더 낮추고 지방대학의 일류화를 유도해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
두 후보 모두 교육계의 정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후보의 경우 대학 완전 자율로 맡기기에는 기반이 취약한데다 서열 위주의 입시제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우려가 제기된다. 노 후보는 지방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수도권 중심 정책, 취업 불평등과 같은 사회 구조의 혁신 없이는 지금 상태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겉도는 공약, 세심한 선택 필요=대선 정책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 가운데 하나가 교육 분야일 것이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다 자칫 실현하기 힘든 공약을내세웠다간 집중적인 비난을 받기 쉽고, 당선 후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상식 수준의 공약만을 제시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철학 아래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심각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공약들이 교육계에서는한두번씩 연구.검토됐던 내용이라는 점에서도 진부하다.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떠오른 TV토론에 기대를 거는 교육계 인사들이 많다. 16일 밤 교육.문화 분야 토론을 지켜보면 후보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철학이드러날 것이고 후보간 차이점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사들과 학부모 단체가 과거보다 훨씬 단단해졌으므로 남은 선거과정에서제시되는 세부적인 공약들을 면밀히 검토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당선 후에도 공약 실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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