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진희(34)씨는 지난 7월 미용실 사장이 됐다. '뭔가 하고 싶어서' 견습생 생활을 통해 이 업종에 입문한지 6년만. 동아백화점 대구 수성점 부근에 낸 그의 '디프' 미용실은 개업 몇달만에 부근에서는 소문이 났다고 했다.
이씨는 단골손님으로 기록.관리하는 손님이 벌써 1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초보 사장이 거느린 종업원도 벌써 5명이나 된다. 한달 매출은 2천여만원, 영업이익은 400만원 가량. 개업 초기지만 벌써 '우량기업' 단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문제는 빚. 영업이익은 상승세에 있지만 1억5천만원에 달하는 개업 비용의 절반 가량이 남의 돈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이씨는 영업이 순조로워 3, 4년 내로 '무차입 경영'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씨가 '성공 창업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은 가장 큰 기반은 '준비된 창업'이었다는 점. 6년여의 미용실 종업원 생활을 통해 '미용실에 관한 모든 것'을 노트에 꼬박꼬박 기록해온 것이다.
"1996년 동성로 한 미용실에서 머리 감겨주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12시간 일하는 강행군이었지만 미용 일이 저한테는 너무재미있었습니다. 다음해 범물동의 한 미용실로 옮겨 정식 미용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나온 종업원 생활 6년이 제 가게 문을 열어준 열쇠였지요.
창업 준비는 지난해 가을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이씨는 또순이이다. 결혼 후 화장품가게를 운영했고 보험설계사 등 많은 직업을 거쳤다. "아무리 주부라도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다고 했다.그런 갖가지 경험이 미용실 경영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이씨는 말했다. 화장품 가게 운영 경험은 창업 준비와 영업에 도움을 줬고, 보험설계사 일은 사람 대하는법과 돈관리법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이씨는 창업 과정에서 좌절도 많이 겪었다고 했다. "1억5천만원의 거금이 들어가는 일인데 어찌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창업하려 마음 먹은 뒤 가게 문을열기까지 8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입지 선정부터 돈 마련, 인력 확보 등 고민거리가 너무 많아 흰머리가 생길 지경이었지요".
뭐니뭐니 해도 큰 걱정은 '머니'(Money)였다. 그동안 모은 돈은 9천만원. "정말 신발이 닳도록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국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가르쳐준 것이지요. 보통 서민들이야 꼬박꼬박 세금이나 낼 줄 알 지 자신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리라고는생각도 못하잖아요? 결국 중소기업청을 통해 5천만원을 빌렸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국가 지원금 등과 관련한 각종 정보 얻기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를 다시한번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산 넘어 산. 가게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한 후에도 종업원 생활 때는 못느꼈던 '경영자의 고뇌'가 컸다고 했다. 그 핵심은 직원들 관리인듯 했다."종업원 때는 자기 일만 하면 됐지만 막상 내 가게를 차려놓고 보니 모든 것을 제가 챙겨야 했습니다. 마음 상한 직원을 다독거려 줘야하는 것도 제 일이었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마음 상하면 바로 가버리거든요. 인력 관리가 최우선이죠. 그 다음이 돈 관리입니다. 돈 관리를 잘못하면 앞으로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남는 게 하나도 없게 되거든요". 얼마 전에는 구청에 의해 과태료도 먹어 봤다고 했다. 거금 30만원짜리. 입간판을 밖에 내놨다가 걸렸다는 것. 이씨는'간이 철렁 내려 앉은 사건'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좋습니다. 내 가게이고 영업도 잘되고…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종업원 때하고는 맛이 다르지요. 퇴근시간은 더 늦지만 내 일이라 생각하면 피곤한 느낌도없습니다. 이런 것이 창업의 매력인 모양입니다".
이씨는 주부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창업 종목 중 하나가 미용실이지만 창업에 가장 경계해야 할 업종 또한 미용업이라고 했다. 손님들의 미감이 대단해서 무턱대고 차리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 그러면서 창업 희망자들에 대한 충고를 숨기지 않았다.
"'동네 미용실이나 하나 내지' 하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오랜 종업원 생활을 거치면서 기술을 길러야 합니다. 꾸준히 자기계발도 해야하고요.모든 업종이 다 그렇겠지만 미용도 자기 기술이 밑받침돼야 합니다. 저도 쉬는 날이면 서울 쪽으로 다니며 새로운 유행을 익혀 옵니다. 미용업종 창업희망자들은 적잖은 미용실들이 지금도 폐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씨는 손님들이 가게를 죽이고 살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음에 맞지 않는 서비스로는 불과 몇 달만에 셔터를 내려야 한다는 것. 자신도 기회가 닿으면 가까운 일본에 가 미용 디자이너 공부를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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