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차장 적은 도시…불법 주.정차

지은 지 15년 넘은 아파트 20여동이 밀집해 있는 대구 내당동 일대에서는 연일 반복되는 주차전쟁을 견디다 못한 ㅈ아파트 주민들이 360평에 이르는 녹지와 놀이터를 헐어내고 지난달 초부터 주차장으로 만들고 있다. 340가구가 300대 이상의 차를 갖고 있지만 주차장은220대분 뿐이기 때문.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안은 물론이고 왕복 2차로의 외부도로까지 불법주차로 막혀 소방차 진입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길우(61) 주민자치회장은 "나무를 뽑자는 의견에 주민들이 처음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지만 주차난이 도를 넘어서면서 주민 70% 이상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그래도 우리는 다행인 편"이라고 했다. 인근 ㄱ.ㅋ아파트엔 없앨 녹지조차 없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ㄱ아파트 경우 525가구가 550대의 차를 갖고 있지만 주차장은 200여대분에 불과하다. 144가구가 190대의 차를 소유한 ㅋ아파트 주차장은 고작 76대분뿐이다. ㅋ아파트 관리소장은 "심지어 5중 주차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소방차 통행로를 확보하라는 공문만도 수십차례 받았지만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상황은 일반 주택가도 마찬가지. 대구 영남대네거리 인근 골목길 ㅁ빌라 주민들은 최근 빌라 입구에 철제 대문을 해달고 사방을 울타리로막은 뒤 '이곳에 주차하는 외부 차량은 무단 침입으로 고발하겠다'는 팻말을 내달았다. 그 인근에 올해 초 지어진 빌라 6개동도 주차장 입구마다 U자형 쇠말뚝 2개씩을 박고 쇠사슬로 연결해 자물쇠를 채운 것은 물론,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다.

지난 6일 이곳에서 만났던 집배원 윤승제(39)씨는 "신축하는 빌라 대다수가 주차장 입구에 이런 장치를 한다"고 전했다. 그 일대 100여동의연립.단독주택 중 자체 주차장을 갖춘 것은 겨우 5곳. 특히 최근 1~2년 사이엔 주차면수가 가구당 0.4~0.7대에 불과한 5~9가구분 크기의빌라.원룸 10여동이 들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지난 9일 대구 봉덕2동 주민자치센터 맞은편 골목길에서는 한가한 낮시간인데도 너비 6m의 골목길 한쪽이 한치 빈틈 없이 차들로꽉 차 주차하려는 승용차들이 주차공간을 찾아 무작정 계속 돌고 있었다. 이 동네 반장이라는 노인은 "준공검사만 나면 곧바로 의무 설치된주차장을 없애 버리는 일부 주택 및 대로변 건물들 때문에 주차난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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