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대중음악은 최대의 위기'.
음반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연 4천억원에 육박하는 시장규모, 내수성의 건실함, 중화권을 위주로 한 동아시아권 진출이 활발하지만 메이저 음반회사가 지분을 내어놓을 정도로 불황이란다.
이유는 있다. 지금까지 한국대중음악의 특징은 댄스·발라드·10대로 대별된다. 전체 음반시장의 47%가 10대 고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온라인게임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경제활동을 바꾸었다.
결과 10대를 겨냥한 전체음반의 75%나 차지하는 댄스와 발라드는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들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대형기획사도 문제다. 초고속성장으로 스타의 몸값만 올려놓아 변화가 쉽지 않다.
특정세대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장르개발도 어렵다. 관행으로 방송사에 건넨다는 백지수표가 소문만은 아니고 방송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개 신인가수들의 교육기간은 2~3년. 한 장의 앨범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3억원이지만 이 정도의 투자로 연 매출 200억원이 넘는 스타를 제조하기는 힘들다.
10억대가 넘는 뮤직 비디오로 바람잡고 홍보비 10억~20억원을 써야 흥행스타가 탄생한다. 음반 1장당 이익금을 3천원으로 본다면 10만장은 판매해야 음반제작비라도 건진다. 하지만 이 정도의 판매량은 한해에 3~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금 여의도에는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예순을 바라보는 이도 있다. 음반산업의 가장 큰 매력은 투자금액의 빠른 회수. 댄스곡은 2개월이고 나머지는 6개월이면 가능하다.
과거와는 달리 신인가수를 선발하기도 어렵지 않다. 나이트 클럽에서 춤만 잘 추어도 데뷔가 가능하다. 몸매 좋고 꽃 미남으로 속칭 '바가지'만 좋으면 된다. 지독한 음치만 아니면 가창력은 중요한 게 아니다.
디지털장비가 사람의 목소리까지 만들어낸다. SM 엔터테인먼트는 대기하는 가수가 50명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 한국음반업계는 불황이다. 위기가 기회라지만 위기조차 모르는 우리의 대중음악이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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