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조사 신뢰성 시비

이번 16대 대통령선거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 것은 여론조사다. 그 결과에 따라 각 정당관계자들은 일희일비했다. 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도 여론조사 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그에 따른 시비도 없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가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선거운동기간에는 여론조사결과를 밝히지 못한다는 선거법 규정 때문에 인터넷과 구전 홍보를 통해 온갖 여론조사 결과들이 난무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확산은 그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표심을왜곡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했다.

내용 또한 신빙성이 결여된 것이 대다수였고 각 후보 진영에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치를 흘리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하루 아침에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14%나 올라가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덩달아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고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처럼 보이던 위력도 많이 퇴색됐다. 더구나 수십년 만에 처음있는 1대 1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이 전개되고 중반 이후 박빙의 접전을 보이자 조사 결과 또한 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를 나타내 더더욱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시중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로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를 호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기 의사를 쉬 나타내지 않는 중년층 이상의 특성과 북핵문제로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도청 파문을 겪고 난 뒤 자기 의사 표현에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무응답층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이 훨씬 많이 잠복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도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여론조사 결과는 너무 낮다며 조사 수치보다는 1%라도 더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남권에서지역정서가 많이 희석된데다 변화의 욕구가 강한 젊은 층의 투표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노 후보 지지도가 실제로는 더 높다는 것이다.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체감 표심과 다르다는 점에서 불신하는 것 같지만 여론조사는 과학적 마인드로 유권자의 마음을 분석해내는 것이므로 신뢰도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러나 "다만 오차범위 내에서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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