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뜬표'끝까지 '침묵'

제 16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0.8%로 역대 대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대선 투표율이 80% 이하로 떨어지기는 지난 71년 제 7대 대선(79.8%) 이후 처음으로 지난 97년 15대 대선때의 80.7%와 14대 때의 81.9%에 비하면 무려 10% 가량 급락한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떨어진 원인으로 막판까지 전체 유권자의 20%를 상회했던 부동층의 상당수가 무투표층으로 이어진데다 투표일 직전 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당선자 지지철회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양강 구도로 펼쳐진 것도 투표율 저하의 한 가지 요인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27일 공식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각 여론 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 부동층의 비율은 계속 20%대를 넘어섰으며 투표 막판까지 이러한 부동층의 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선거 기간중 실시된 역대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막판까지 20%대를 넘나든 것은 처음이다. 결국 부동층의 상당수가 투표일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채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예측된다. 또 정 대표의 막판 노 후보 지지철회로 정 대표 지지표의 기권과 부동층의 투표참여 의욕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다 역대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노출됐던 지역주의 구도가 정서상 완화된 것도 한가지 원인으로 꼽힌다. 영남 출신 노무현 당선자가 민주당으로 나온 탓에 영.호남 전 지역에서 투표율 저하 현상이 나타났으며 JP가 빠진 충청권은 66%대로 전국 최저 투표율을 나타냈다.

또 3자 대결 구도로 팽팽하게 진행된 13.14.15대 대선에 비해 양자 구도로 선거가 진행된 것도 투표율 저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정희.김대중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71년 제 7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79.8%로 그전 선거에 비해 7~10%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조직과 동원에 의한 '물량선거'가 퇴조했다는 정치문화의 변화와 정치적 의사표출 수단으로서 선거가 갖는 비중이 축소된 점도 지적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과거 선거와 달리 동원에 의한 투표가 사라지고, 정책 중심의 합리적 투표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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