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 제너레이션시대(1)사회전면 부상

월드컵 대회때 대~한민국을 외치고, 인터넷과 피자를 즐기는 신세대. 단지 혈기어린 젊은이들로만 보이던 이들 20, 30대가 16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변화를 희구하는 40대와 힘을 합쳐 한국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개발세대 이후 태어난 '뉴 제너레이션'은 이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다. 이번 대선을 며칠 앞두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두 개의 한국'이란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번 대선 결과가 해묵은 지역정서보다는 세대간 차이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사회가 한국전쟁 이전 출생자들과 그 후 출생자들이라는 성격이 뚜렷이 다른 세대로 갈렸으며, 묻혀 있던 전후 세대가 이제 주도적 세력으로 등장할 것임을 주목한 것이다. 그 예로 이 기사는 두 유력 후보의 서로 다른 북한관·미국관을 대비시키고 상이한 지지층을 분류해 냈다.

젊은세대에게는 정권교체보다는 세대교체 요구가 더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투표 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낡은 정치 타파'가 '정권 교체' 보다 2배나 높은선호도를 가졌음을 증명해 보였다. 결국에도 유권자들은 '정권을 바꾸자'는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정치를 바꾸자'고 주창한 노 당선자를 선택했다.

공무원 최모(33)씨는 "노 당선자의 깨끗하고 헌신적인 이미지가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기대에 부응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구의 모 건설사 김모(44·대구 범물동)부장은 "주변에 개혁성향의 젊은 정치인이 많은 것 같아 부정부패로 얼룩진 민주당 정권에 대한 혐오감을 무릅쓰고 그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경북대 사회학과 백승대(49)교수는 "이 후보가 김대중 정권의 부정부패 단죄를 위한 정권교체를 주장했지만 유권자들은 노 당선자가 내세운 정치개혁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했다.

지금 젊은 세대, 신세대는 점잔빼고 꾸미고 규격에 매이기를 싫어한다. 이들에겐 원죄 같은 두려움이 없고 자신을 강조하며 당당하고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노 당선자의 직설성, 꾸밈없음, 솔직함, 서민스러움, 그리고 고등학교 학벌이 보여 준 새로운 가능성은 바로 그들의 모습이자 바람이었다.

더욱이 지역감정 같은 것은 침이나 뱉어 줄 타락일 뿐이다. 대학생 김민재(24·대구 평리동)씨는 "미국에 사진이나 찍으러 가는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는 노 당선자의 당당한 모습이 좋더라"고 했다.

이들에게 힘을 준 것은 인터넷이었다. 종전에도 젊은세대는 있었지만 숫적으로 열세인데다 결집할 통로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에 혐오와 냉소만 보내고 지냈다. 하지만인터넷은 이번에 그들을 묶어줬다.

그리고는 무서운 힘을 보여줄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어떤 젊은이는 "젊은이들이여, 당신의 소중한 한 표로 정직이 뭔지우직이 뭔지 정의가 뭔지를 보여 줘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투표 마감이 임박하자 어떤 젊은이는 사표(死票) 방지에 안간힘을 썼다. 대학생 이정아(22·대구 대현동)씨는 "친구·선후배 사이에서 투표 독려가 유행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못잖은 큰 의미를 되씹으라는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사회의 주력이 변했음에 주목하라는 경고가 그것이다.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강영진(43·대구 시지동)씨는 "썩은 정치에 냉소만 보내던 신세대 세력들이 이제 전면에 나섰다"며, "민주화 세력이 이 땅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맺어 이념·가치 대립의 낡은 시대는 가고 다양성의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청년복지 문화센터 박진영(34) 사무국장은 "이제 우리 사회는 좌·우나 민주·반민주란 이념의 대립시대를 벗어나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했다. 초교 교사 이상우(33·경주)씨는 "개혁 열망이 기득권과 보수세력의 벽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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