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엎치락 뒤치락' 24시간 희비 교차

지역 한나라당과 민주당사는 하루종일 희비가 뒤바뀌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투표일인 19일 오전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소식을 접하고 희비가 엇갈렸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사는 오후 들어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다시 차분해졌고 민주당은 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희비가 엇갈릴 때마다 당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도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나라당=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지부는 19일 오후 강재섭·정창화 선대위원장을 비롯 선거운동에 나섰던 당직자들이 모두 당사로 모여들어 개표 방송을 지켜봤으나 이 후보의 낙선 소식이 알려지자 침울한 분위기 속에 당사를 떠났다.

이날 오후 6시 노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방송사의 출구조사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당직자들은 개표 초반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박수와 환호 속에 서둘러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빙의 승부가 오후 8시를 넘어서면서 노 후보 당선으로 바뀌면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하나둘씩 자리를 비웠다.

이에 앞서 오후 1시쯤 이 후보가 대구시지부를 방문했을 때는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지사를 비롯 300여명의 당원들이 몰려들어 '대통령 이회창'을 연호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한편 20일 오전 9시 30분 강재섭 대구시지부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대구·경북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대해 다시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린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19일 오후 6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일제히 노무현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하며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보이는 등 한동안 당사가 떠나가라는 듯이 외쳤다.

환호는 30여분간 이어졌다. 또한 많은 당직자들은 "노-정 연대의 파기로 다 이긴 선거를 질 뻔 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혹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며 앓던 이가 빠진 표정을 지었다.

출구조사 결과 호남이 90% 넘게 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오고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70%가 넘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오자 곳곳에서 "역시 호남"이라는 환호와 "역시 TK"라는 장탄식이 엇갈리기도 했다.

개표가 시작되자 일부 전화설문에서 뒤지는 결과가 보고된 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또 개표 초반 이회창 후보가 선두로 나서자 잠시 전의 환호는 잦아들기도 했고 오후 7시가 넘어서면서 이 후보가 노 후보를 10만표 이상 앞서나가자 낙담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후 표차이를 줄이다가 8시 40분을 넘어서면서 역전에 성공한 후 밤 9시가 가까워지면서 노 후보의 우위가 점차 확실해지고 표 차이도 3만표를 넘어서면서 당선을 확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신문과 방송사의 카메라맨들도 속속 도착, 환호하는 모습을 취재하기에 바빴다.

그 후 민주당원들은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고 또 포항서 직송된 과메기와 족발을 먹으면서 곁들인 소주와 맥주 탓인지 아니면 승리의 감격 때문인지 모두들 얼굴이 붉게 변해 있었다.

권기홍 대구선대본부장은 성명서를 내고 "위대한 국민의 승리였다. 이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국민화합·민족통합의 대열에 다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권 본부장은 이어 "21세기 국민정치시대, 지방화·분권화, 통일 민족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박기환 본부장도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지지를 보내주신 도민들께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는 선거과정의 갈등과 불신을 훌훌 털어버리고 300만 도민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대구선대본부는 20일 오전과 오후 출퇴근 길에 중구 공평네거리와 동구 아양교, 북구 팔달교 등 시내 주요 지점에서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했다.

이동관·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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