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스-여성 당당했던 역사속 얘기들

영남대 이문호(48) 교수(공대 응용전자과)의 학문적 편력은 아무도 못 말린다. 2년전 '현대의 성과학'이란 교양과목을 개설해 한학기 수강신청 1천명이란 경이적인 기록을 세울 때부터 심상찮았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공대 교수가 웬 성과학(Sexology)? 지난해에는 느닷없이 풍수지리에 관한 책을 내서 또 주위를 놀라게 했다. 수맥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공학박사가 말하는 풍수과학 이야기'로 이 책은 영남대 풍수지리 석사과정의 전공교재로도 활용됐다.

이 책은 그래도 '수맥이란 지하에 흐르는 물이 아니라, 지자기(地磁氣)의 분포가 일정치 않아 일어나는 교란'임을 밝혀냈으니 공학박사다운 업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웬 '역사 속의 여성들'인가.

이 교수가 20일 출간한 '한국 역사를 뒤흔들었던 여성들'(도원미디어 펴냄)도 충격이다. 이 책 속의 여성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모습을 하고 있어 또한번 놀랍다는 것이다. 그것은 삼국사기의 유교적인 시각과 삼국유사의 친관료적·친왕권적 시각과는 완전히 달라서일 것이다.

이를테면 신사임당은 우리 정서와는 거리가 먼 현모양처이다. 자신보다 학문적으로 열등했던 남편을 다독이고 가르쳤으며 생애 대부분을 친정에 살면서 남편과 별거를 했다.그러면서도 남편에게 존경을 받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예술세계를 활짝 꽃피운 당찬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또 바보온달을 장군으로 키운 평강공주는 부왕과 맞서 싸운 불굴의 여성으로, 어우동은 자유로운 성을 추구한 조선 최대의 여성으로 등장한다. 고려시대의 여성들은남성보다 발언권이 강했으며, 재혼을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한다. 당당했던 옛 여성들의 이야기다.

"조선이 건국되기 전까지만 해도 남녀는 경제적으로 동등한 사회였죠. 남성 중심의 사회는 그 역사가 200~300년에 불과합니다". 이 교수는 남녀가 동등하면 요즘처럼 사회적으로심각한 성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성과학'이란 강좌가 왜 그리 인기가 있었는지 알만하다.

이 교수는 또 '당신의 집은 건강합니까'란 책의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 교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제가 또 갑자기 건축분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건축학적으로만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가장 쾌적한 환경과 건강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설계 방안을 유체역학적·전기자기학적으로 해석한 책이지요". 그런데 지금껏 나온 책들도 앞으로 연구·저술해야 할 10여개의 테마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방면을 거리낌없이 섭렵하고 있는 그의 현학적 주유 행각이 어디까지 미칠지 사뭇 궁금하기만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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