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 核 도발에 '태평스런 정부'

북한이 93~94년의 한반도 핵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 북한은 21일 영변 원자로에 이어 22일 폐연료봉, 23일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을 차례로 제거, 곧 뇌관을 터뜨릴듯 위협하고 있다. 핵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 제거는 핵폭탄 물질인 플루토늄239의 추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 같은 책동에 대해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일본이 우려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 등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강조하던 미 정부의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좌불안석하고 있는 동안 핵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밋밋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유감성명 한 토막과 대북 특사파견이 알려진 대책의 전부다.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핵 개발을 않는다더니…"하며 머리만 긁적거릴 뿐이다.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헛물만 켠 꼴이 되고 말았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협력은 남한과'라는 대외 분리정책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대북 퍼주기를 해온 것은 남북대치상황의 완화와 평화공존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해 그동안의 퍼주기가 아무런 기능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남한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궤변만 들어야 했다. 이런 북한 정권을 상대로 "끈기 있는 대화와 설득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슨 해결책이 될 것인가에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현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씻어줄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화로 풀겠다"는 원칙론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 북한의 핵 개발을 어떤 방법으로 포기케 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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