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착각들을 하더이다.
그래서 서로들간에 상처와 고민을 남기면서 쉽게 헤어지곤 하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이기적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희생적이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고민을 동반하지만, 사랑은 순수한 고통이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감정의 흔들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떨림이나이다.(중략)
'좋아하면 상처가 남지만, 사랑하면 결코 상처가 생기지 않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경북 고령군 우곡면)의 창설자 최영배(48·비오)신부가 책을 냈다. '들꽃처럼 살으리라'(까치 펴냄)에는 자유로움과 겸양, 무소유 같은 들꽃의 이미지가 풀풀 묻어 나온다.
'뒷문을 열어놓으십시오. 앞문으로 새로운 바람이 들어올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궁전이라도 열쇠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듯이 제 아무리 훌륭한 인간적인 계획도 사랑 없이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바뀌어서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서 세상이 행복한 것입니다'.
79개의 짤막한 단상 하나 하나에는 삶의 진리로 가득차 있다. 잔잔하면서도 그 울림이 너무 강렬하다. 춥고 배고픈 사람을 위해 봉사해온 이에게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글이 아닐까. 그만큼 솔직하고 순수하다.
신부가 쓴 글인데도 종교적 색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도 흥미롭다. '사랑의 님이시여!' '언제나 빈마음이신 님이시여'라는 문구가 꼭꼭 들어가는데 '자기자신' '하느님' '타인' 등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신부라고 고통이 없겠습니까.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삶을 아파하고 힘들어합니다. 제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삶과 깨달음을 글로 썼을 뿐입니다".
책을 낸 계기도 무척 아름답다. 책을 위해 쓴 글이 아니라, 들꽃마을 후원자에게 보내는 엽서 글이다. 최신부는 10년전부터 후원자 300여명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매달 한번씩 엽서에 연필로 글을 써 보내기 시작했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엽서를 받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 현재 2만명에 이르게 됐고 주위의 권유로 책으로까지 나왔다.
"인생이 헷갈리고 정리가 안될 때 읽을만 하다는 반응이 나올때 가장 기쁩니다. 평범한 글에 좋은 평가를 해주시니 부끄러울 따름이죠".
최 신부가 고령군 우곡면에 들꽃마을을 창설한 사연을 들어보면 이 책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90년 고령성당 주임신부로 있을때 한겨울 길바닥에 쓰러진 걸인 노인을 데려와 사제관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삶은 '낮은 곳'으로 향하게 됐다. 그후 입소문을 들은 갈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자 낙동강변에 들꽃마을을 세웠고, 현재는 139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올 2월부터 대구시립희망원 원목 신부로 재임중인 최 신부는 작년부터 몸이 아파 강연을 중단하고 건강을 추스르고 있다.
"저도 아프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 책이 또 다른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작은 위안과 희망이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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