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겪는 전세버스업계-주말 차 30%이상 놀려

대구 전세(관광)버스 업체들이 힘들다고 한다. 제도 변화 이후 전세버스는 급증했지만 이용자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 상당수가 지입차주이기도 한 일부 운전기사들은 그때문에 지금 같은 비수기엔 명함을 돌리며 고객을 유치하러 다니기까지 하고 있다.

◇급증한 관광버스= 대구시내 전세버스는 10년새 4배로 증가했다. 1993년 13개 업체 312대이던 것이 그 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뒤 1999년에는 27개 업체 649대, 현재는 41개 업체 1천131대로 급증한 것.

대구시 전세버스 운송사업조합 심재혁 총무부장은 "등록제 전환 직후엔 업체 난립으로 기존 업체 도산이 많았고 대부분 업체들은 경영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직원을 줄이거나 경비를 삭감하는 등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ㅅ관광 관계자는 "기름값은 10년 사이 3배 이상 뛰었지만 과당 경쟁으로 요금을 10년 전 수준으로 묶었는데도 예약률은 전같잖아 요즘엔 주말·휴일에도 차를 30% 이상 놀리고 있다"고 했다. 운전기사 김모(대구 비산동)씨는 "일주일에 2, 3일 일하면 나머지 날은 대부분 쉬어야 한다"며, "그때문에 '비수기 가격 덤핑 성수기 바가지 요금' 식으로 운송질서마저 흐트러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관광패턴 변화=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은 관광 행태가 많이 바뀐 것도 이 업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 중 하나는 부녀회·효도관광·계모임 등 2, 3일 장기 여행객이 사라져 가고 당일 오갈 수 있는 산악회·낚시회 등의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

15년 전 운수업을 시작했다는 김모(52)씨는 "여럿이 모여 단체관광 가는 모습이 이제 옛날 일이 됐고 자가 운전자가 늘면서 가족끼리의 소단위 여행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한 운전기사는 "버스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관광객들의 즐거움이었으나 이런 행위가 일절 금지된 뒤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적발되면 벌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며 노래를 틀어달라고 억지부리는 승객이 있을 때는 오히려 반가운 마음까지 든다는 것.

전같으면 선거철엔 단체 선심관광이 많아 관광버스 특수가 생겼으나 요즘은 선거가 오히려 경기를 더 망쳐 놓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해외여행 증가 역시 관광버스업에 일격을 가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6년째 전세버스를 운전한다는 최모(37·대구 용산동)씨는 "손님이 준 것은 물론이지만 팁 주는 풍습까지 없어져 기사들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운전기사들의 생활=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의 특징은 그 중 상당수가 차주를 겸하고 있는 점. 업계 관계자들은 "대구 시내 전세버스의 80, 90%는 지입차일 것"이라고 추정하기까지 했다. 개인에게는 버스 영업허가가 나지 않고 업체로 하려면 20대 이상을 갖춰야 해 이런 형태가 됐다는 것.

그러면서 업계는 지입 관행때문에 전세버스업체가 계속 늘고, 그 결과 공급과잉과 과당 경쟁이 초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도 했다. 지입차주들 중 일부는 개별적으로 모객 행위를 해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것.

김모(42)씨는 "대부분 차주들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 특정 업체에 등록한 뒤 학원·유치원 등과 계약해 이중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알선해 주는 전문 용역업체도 적잖다"고 전했다. ㄷ관광 운전기사 이모(34)씨는 "봄·가을 성수기가 지나고 나면 명함을 돌리는 등 단골을 끌기 위해 나다닌다"고 했다. 또다른 지입차주 김모(42)씨 경우 자신의 버스를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는 성서의 한 회사 통근버스로, 낮시간에는 스포츠센터 회원 수송차로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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