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경제 뿌리'동네상권-(1)범어 의류상설할인타운-일류 멋쟁이도 "값·품질

골목, 골목으로…

상권요지를 장악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틈바구니를 뚫고 동네 곳곳마다 패션상가, 가구골목, 먹을거리 타운 등 골목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무차별 시장잠식에 맞서 골목상권은 철저히 '실리'를 내세워 주민 속으로 파고들며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체계적인 마케팅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주민 밀착 전략을 통해 살길을 찾고, '색깔'있는 거리, 편안한 분위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제3의 유통현장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지역경제의 뿌리이자 골목상권을 지키는 유통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동네상권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본다.'유명브랜드 50~70% 할인','사은품도 드려요'…

대구시 수성구 범어 4동 경신고 부근의 범어 의류 상설할인타운. 업소마다 경쟁적으로 세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전국에 불어닥친 소매유통의 불황파고는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썰렁하기까지 하다.

"거리는 썰렁한데 점포는 잘 굴러갑니다.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 중 80~90%는 꼭 구매를 하기 때문이죠"

범어상설할인타운 진흥조합 이경동 회장은 "메이커 제품을 주로 취급하기에 품질을 보장받고, 이월품이어서 가격에 만족하기 때문에 한번 구매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며 이곳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비싼 의류를 사 입을 처지는 못되지만 싸구려 패션은 싫어 브랜드 의류를 헐값에 사고 싶은 이들이라면 '딱 걸릴'만한 곳이 바로 범어상설할인타운이다.

지난 97년 12월부터 삼삼오오 입점하기 시작한 범어의류타운은 현재 60여개 점포가 겹십자형으로 포진돼 알뜰쇼핑 명소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전체 월매출이 평균 25억~30억원, 점포당 2천~5천만원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 매출 2천만원이면 가게세와 부대경비를 제하고 그런대로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다.

이곳 업소들은 유행에 뒤지지 않는 이월상품을 정상가보다 연중 50% 정도 할인판매하고 있고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70%까지 할인해주는 업소가 많다. 최근에는 남부정류장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중가 신제품매장까지 들어서면서 남부정류장에서 경남타운으로 향하는 대로변에도 10여개의 점포가 새로 들어섰다.

정상가 40만원대인 유명 남성용 롱코트가 13만원, 패딩점퍼를 3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싼값을 무기로 인근 주민은 물론 동·북구, 경산의 단골손님도 많이 찾고 있다.

22일 오후 이곳을 찾은 이진선씨(4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가격부담이 없고 품질도 괜찮아 철이 바뀔 때마다 범어할인타운에서 옷을 사 입고 있다"고 말했다.업소들의 상품구색도 캐주얼과 숙녀정장만을 취급했던 초기보다 요즘은 디자이너 제품은 물론 남성정장 스포츠의류 중년여성 액세서리 소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연령대는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가 주 고객층. '오조크', '보브', 'A6', 'ENC' 등 요즘 잘 나가는 캐주얼브랜드 중 웬만한 것은 다 있다.

판매원 윤모씨는 "낮에는 학생층이나 주부, 저녁이면 직장인들이 주로 찾고 주말과 휴일에는 가족, 연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문화공간이 만들어지면 대구의 명물거리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어상설할인타운의 전도가 창창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9월부터 아울렛이 생겨나고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의류 할인코너가 상설화돼 의류 이월상품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품목 다변화도 과제. 이곳이 고객층을 넓히려면 골프, 아동복 브랜드와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의 유치도 필요한 시점이다. 주차문제도 골칫 거리다. 여기를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가게 앞에 주차를 해놓고 쇼핑을 하거나 주차공간이 없어 인근에 차를 세워 두고 구매를 해야 한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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