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환경미화원 문경 박태순씨

"요즘같은 겨울철의 칼바람에 힘은 들지만 밤새 쏟아져 나온 쓰레기들이 치워지고 거리가 깨끗해질 때쯤 날이 밝아오면 나 자신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7년전 환경 미화원으로 일하던 남편이 불치병을 얻어 일손을 놓게 되자 4식구의 생계를 위해 남편에 이어 환경 미화원으로 일하는 박태순(41.문경시 모전동)씨. 새벽 2시30분이면 집을 나서 환경미화원 복지관으로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현장에 도착하는 3시부터 시작되는 박씨의 일과는 흰 눈이 내리는 25일 성탄절에도 어김이 없다.

길거리마다 넘치는 쓰레기 뭉치를 차에 싣는 남자 동료들을 도와 흘러 내리지 않게 줄로 묶고 매립장에 들어서면 줄을 풀어주는 작업이 박씨의 일. 청소차에 매달려 하루에도 수십리를 달리는 위험천만한 작업이지만 주환(13)과 명섭(12) 두 아들을 생각하면 고된 줄도 모르고 하루가 지나간다.

농사일도 해 봤고 농공단지서도 일하는 등 힘들게 살아 온 탓인지 일이 힘들지만은 않다는 그녀다. 그러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차도를 보이지 않는 남편이 때론 야속하기도 하지만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애처롭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박씨는 남편의 병수발에다 정상적이지 못한 두아들의 뒷바라지에 자신의 몸은 돌볼 틈이 없다. 박씨는 "귀여운 두 아들 모두 정신장애아로 상주의 특수학교에 다니지만 어느 집 자식 부럽지 않은 두 아이의 훌륭한 성장을 위해서도 신세타령이나 옆 돌아볼 겨를이 없다"며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올 한해는 다 지나갔지만 내년에는 남편 건강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두 아이들도 더욱 밝고 명랑하게 자라 주었으면 더 바랄 것 없습니다". 성탄절을 새벽 길거리 청소차에서 맞은 박씨의 '출발' 소리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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