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석-이중창문

요즘 집들은 대개 이중창문이다. 방음을 위해서다. 바깥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철저히 막을수록 좋은 창문이라는 생각에 나무 창틀에서 알루미늄새시로 또 비닐소재로 진화를 거듭해왔다.그 결과 사람들은 바깥에서 들리는 소음을 거의 완전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방음효과가 커진 대신 창문의 원래 기능 중 하나를 잃었다. 서로를 지켜주는 눈을 잃은 것이다.

골목길에서 누군가가 폭력범죄를 저지를 때, 누군가가 차 빼라고 고함을 지르다가 화가 치밀어 타이어에 펑크를 낼 때조차 방음 창 저쪽의 사람들은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을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옛집들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등의 옛집들은 어김없이 골목을 향해 창문을 내고 있었다. 골목으로 난 창문은 나와 이웃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거기에 창문을 내놓고 불을 환하게 밝힌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창문을 열고 쳐다봐 주는 것, 한번쯤 고함이라도 질러 주는 것이 곧 범죄를 예방한다.

창문이 없는 곳은 조용할는지 모르지만 범죄의 온상이 된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옥상, 계단, 사무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아파트 단지와 단지 사이의 창문하나 없는 길 등이 그렇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도시의 흥망성쇠'라는 책을 통해 고층 아파트 단지나 사무실 건물을 비판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길을 따라 집을 짓고 집집마다 창문을 달자고 호소했다. 그때 그가 사용했던 어휘가 'Eyes on the Street(거리의 파수꾼)'이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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