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경북 2000(3)사건·사고

월드컵의 환호도 있었지만 갖가지 사건·사고 속에 울음과 탄식도 많았다. 지난 4월15일 악천후 속에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여객기가 공항 인근 산에 추락, 대구·경북 주민 53명을 비롯한 128명이 목숨을 잃었다.

퇴직한 교사들이 함께 부부동반 여행을 다녀오던 중 참변을 당했고, 포상휴가를 다녀오던 직장 동료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달리해 언론을 통해 보도를 접한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10월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송 군납고추 비리사건이 발생, 결국 2명이 숨지고, 11명이 구속, 4명은 불구속 입건, 2명은 지명수배됐다. 당초 이 사건은 고추 위탁판매업자인 허모(35)씨가 청송 진보농협의 고추판매대금 20억여원을 빼돌린데서 시작됐다.

자칫 농협의 부실운영 문제로만 묻혀버릴뻔 했으나 진보농협 운전기사 김모(39)씨가 9월30일 의문의 음독자살을 하고, 10월8일 원주 원예농협 판매과장 원모(41)씨도 변시체로 발견돼 사건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군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고춧가루가 농가에서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는 썩은 고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매일신문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병들어 썩은 고추를 매입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농협이 깊숙이 개입됐으며, 또 이를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군부대 급양대와의 검은 돈 뒷거래가 오갔다. 농협 간부가 속속 구속되고, 군 급양대 현역 및 예비역 고위 장교의 비리 사실이 잇따라 적발됐다.

그러나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허씨가 해외로 달아난데다 다른 핵심인물 2명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기 때문. 현지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떠돌던 군 고위관계자의 연루설도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안동의 한 고추판매상은 "지금쯤 제2의 허씨가 군납을 위한 새로운 검은 고리를 만들고 있을 것"이라며 "군납에 기생하는 검은 고리를 끊고, 상식이 통용되는 제도를 만들지 않는 이상 비리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15일엔 전국을 돌며 20여차례에 걸쳐 여교사 등 전문직 여성을 연쇄 납치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한 최모(30)씨 등 일당 3명이 검거됐다. 일명 '경주 여교사 납치사건'이 해결된 것. 이들은 지난해 12월초부터 전국 13개 지역에서 부녀자를 납치, 성폭행한 뒤 이를 빌미로 3억8천여만원 상당을 빼앗았다.

또 7월5일엔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부유층 아파트와 빌라만을 골라 15억원 상당의 금품을 턴 6인조 '기업형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월세 260만원짜리 호화주택에 살며 주위의 눈을 속인 이들은 금품을 터는 침입조와 망을 보는 감시조, 장물 처분조로 분담하는 치밀함을 보여 경찰조차 혀를 내둘렀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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