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파탄 부르는 치매

치매 노인 모시기가 많은 가정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이 이때문에 파멸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지원 체제는 여전히 미비해 상당수 가정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6일 시어머니를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전모(4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8남매 맏이 집안의 주부인 전씨는 3년 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75)를 지난 9월부터 부양해 왔으나 시어머니가 대소변을 못가리고 심한 가출 증세를 보여 보호 문제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전씨는 경찰에서 "시어머니는 하루에도 몇번씩 대소변을 벽에 바르거나 집을 나가버리기 일쑤였다"며 "시누이들이 교대로 모셨지만 증세가 심해지면서 맡기를 모두 두려워해 왔다"고 말했다. 전씨는 잠시도 집을 비울 수 없었으며 사건 발생 직전에는 시어머니가 화장실 벽에 변을 하루종일 발라 자신이 스트레스때문에 순간적으로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던 것 같다고 절망스러워 했다.

전씨는 유료시설은 이용료가 너무 비싼데다 무료시설도 들어갈 자격이 안돼 한달 수입이 100만원도 채 안되는 남편 수입으로는 시어머니를 시설에 맡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 있는 치매노인 보호시설은 유료 1개 무료 2개로 수용 능력이 230여명분에 불과, 1만2천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환자 숫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고 있다. 또 치매가족협회 이상권 대구지부장은 "정부가 치매를 질병으로 인정 않아 의료보험 적용 영역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치매노인 치료비 중 80%를 차지하는 간병인비·식비를 부담할 수 없는 절대 다수의 보호자들이 치매 시설 이용을 엄두도 못낸다"고 전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정부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구 경우 내년까지 4개의 요양시설을 더 만들기로 했지만 새로 생길 병상도 250개에 불과, 치매노인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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