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막중한 시기에 막중한 과업을 수임하게 됐습니다. 21세기 첫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지게 됐으니 말입니다. 개표가 있던 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신경이 예민한 탓은 결코 아닙니다. 알지 못할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저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50, 60대들이 겪고있는 혼란감의 한 단편일 것입니다. 지금 그 이유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인격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행정부, 입법부, 기업 등에서 개성과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당선자는 우리에게 불안감을 줍니다. 국회의원, 당 대변인·최고위원, 당 부총재,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그 경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난마 같은 국제·국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럽습니다. 당선자의 단 한번 시행착오는 민족의 불행, 국가의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기 전에 아홉 번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전에 아홉 번을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현 정권을 낳은 민주당에게는 죄가 많습니다. 가정위기와 가계파탄을 불렀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온갖 게이트로 국정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권력의 단물을 독점하기 위해 패거리 정치를 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영남인맥의 싹을 자르고, 대구를 무개발 공간으로 방치했다는 울분도 남겼습니다. 마지막에는 국민의 말에 귀조차 기울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배째라'로 버텼습니다. 당선자가 이런 민주당의 법통을 이었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죄업의 터전에서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부패청산·인사탕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새 정부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가정과 가계의 위기를 처리하지 못하면 사회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민주당은 아직 사면되지 않았습니다. 권력에는 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毒)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5년 간 대속(代贖)하는 자세로 살아주십시오.
정치는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자께서는 때로 상식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이 불안합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사들과의 싸움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과거도 있었습니다. 언론이 잘못 됐을 수 있지만 그것은 국민들이 평가할 몫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비판을 본업으로 하는 언론을 탄압하거나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타일러야 합니다. 대북 정책에 대한 파격도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정부각료들을 몰살시키고, 대통령 부인을 암살한 그들입니다. KAL기를 폭파하고, 청와대를 습격한 그들입니다. 우리의 뇌리에는 아직도 '야수적 북한'이 살아 있습니다. 상식을 벗어날 때는 4천700만의 무게에 걸맞은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이 앞서야 하겠습니다.
당선자는 반쪽의 대통령입니다. 앞으로 5년 간 나머지 반쪽을 더 얻을 수도, 가진 반쪽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앞 선 대통령들이 손가락질 당하며 야반도주하듯 청와대를 떠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두 반쪽의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화합과 정치개혁을 제외하곤 일 욕심을 줄여주십시오. 정치가 개입하면 할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정권의 위세를 위해, 개혁이라는 이름을 위해 비전도 인적 기반도 없이 과욕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재벌개혁, 행정개혁, 노사개혁, 교육개혁, 복지개혁, 의료개혁 많은 부분을 잊어주십시오. 정치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을 못 믿는 것입니다. 정치가 각성하는 날, 다른 분야는 저절로 개혁될 것입니다.
걱정은 개혁이 아니라 갈림입니다. 이번 선거를 보십시오. 보(保)와 혁(革), 동(東)과 서(西), 노(老)와 소(少), 의( )와 약(藥), 곳곳에서 틈이 생겼습니다. 지역주의를 무너뜨리지도 못했습니다. 갈등적·대립적·타도적 시각이 이런 갈림을 만들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불필요하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마십시오. 누구를 두둔하거나 외면해 아픔과 한을 심지도 마십시오. 지금은 민족 대통합을 이뤄야 할 시기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을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거대한 바다가 되십시오. 민족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할 공평무사한 거대한 바다가 되십시오. 공평무사한 바보가 되십시오. 그것만이 5년 뒤 영광의 새 대통령사를 쓸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21세기 국운 융성을 기원하면서 난필(亂筆) 이만 줄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