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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팔거리 유지

지난 12일, '대구화랑축제'가 개막됐다. 조촐한 축하를 겸한 그 초대전에 미술을 아끼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화랑계와 작가는 물론이고 미술애호가,문화행정 및 언론계 인사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대구 지방의 미술진흥을 다지고 자축하였다.

여기서 나는 예술지원 세력들인 시 행정가와 의원들의 미술 지원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대구예술의 발전적 가능성을 그려낼 수 있었다.

문화와 예술은 태생적으로 시장적 성격을 띠고 있으나 그 사회적 역할과 가치면에서 정부지원을 가능케 한다. 정부(행정)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문화(예술)를 지원할 것인가와 시민의 예술향수 충족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자율성과 창조성이 존중되는 반면 행정은 규제적이며 획일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예술과 행정은 그 만남의 형태에 따라 악연으로 혹은 호연으로 그 관계가 형성된다. 악연의 관계는 행정이 예술을 지원하되 그 창조성을 간섭하는 경우이고 호연의 관계는 지원하되 그 통제를 최소화하는 입장을 말한다.

호연의 관계는 적절한 팔거리(arms length) 유지에 의해 서로간에 상생되는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게되며 문화 선진국의 경우는 이러한 팔거리 유지가 매우 조화롭게 형성되어 있다.그에 반해 후진국의 경우는 행정주도의 예술정책으로 행정이 지나치게 예술을 간섭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는 어디쯤 와 있을까?

관 주도적인 입장을 찬성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완전 시장에 맞겨 놓기에는 그 여건이 아직 미숙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행정은 물리적인 가교 역할을 뛰어넘어 예술을 팔 안으로 품어 안으려는 애정과 전문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에 대한 행정은 행정가가 직접 노를 저을 것이 아니라 바른 목표로나아가려는 방향키 잡기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정부의 문화행정 책임자인 Y씨의 희망처럼 전국의 5분의1이라는 최다 문화유산을 가진 대구 경북지방의 미래는 비전있는 문화정책 설정과 함께 적절한 팔거리 유지에서그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김정식 육군3사관학교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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