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립.단절의 고리 끊어야

자식을 잃고 홀로 사시는 한 할머니는 동사무소로부터 매월 2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지원 받는다. 하지만 그 중 15만원 정도는 영구임대 아파트 관리비로 나간다. 나머지 5만원으로 쌀을 사고 반찬을 산다.

다른 데 쓸 돈은 한푼도 남지 않는다. 영구임대 저소득 가정들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움직일 수 있는 어른들이 행상이라도 나가고 나면 장애인.노인들은 바깥 세상과 단절돼 버린다.

심지어는 지저분했어도 일반 동네에 살 때가 그립다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때는 주민들 사이에 동질감이 있었고, 그때문에 서로 돕는 따뜻함도 있었지만 영구임대는 너무도 외롭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크는 어린이들에게도 대책이 필요하다. '도움 받는 사람'이라는 외부로부터의 고착된 시각에 익숙해 간다면 이 아이들은 꿈과 희망보다는 빈곤의 세습을 당연시하게 될 지 모를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어린이들이 꼬마봉사단을 조직하고 나선 일(11월27일자 보도)은 주위를 들뜨게 하고도 남을 사건이었다.

영구임대의 고립.단절을 끊을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영구임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민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해야 한다.

몇 달 있으면 다시 초교 입학철이다. 복지관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또한번 가슴을 조인다. 인접 민영아파트 주민들이 영구임대 아이들과 함께 공부시키기 싫다며 자녀의 전학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간절히 호소한다. 이제 함께 누리는 공동체 문화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모두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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