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 대북 정책 딜레마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 딜레마에 빠져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동결 해제 파문과 관련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동결 해제 속도가 빨라지면서 언론과 의회가 대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어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면서 대테러전을 치르느라 북한 문제에 집중할 겨를이 없는 미국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사회=한국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일본도 본격적인 대북 제재나 군사행동은 반대한다.

러시아는 24일 북한이 핵 동결을 준수하는 대가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과 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도 24일 북한의 핵시설 봉인해제 조치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고 1994년 기본합의를 존중하고 준수할 것으로 기대하며 나아가 당사국들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미국 언론도 대북 대화를 촉구하는 논조를 띠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한국의 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핵 프로그램 포기 전에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북한을 고립시키기보다는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부시 행정부의 핵 프로그램 폐기 전 대화불가 원칙은 북한을 더 호전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아무런 보상도 없이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원 외교위원회의 지도부 역시 행정부가 대북 대화에 나설 것을 은근히 촉구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될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의원은 26일 NBC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의 군사보복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한반도의 평화의 지속을 바라는 일, 중, 러 같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다자간 개입의 형태로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는 내년초 개회하자마자 북핵 청문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청문회 결과는 미국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가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물론 대북 대화를 계속 거부한 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북핵문제에 대한 강경한 해결방식을 계속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이 북한과 협상 한번 해보지 않은 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이 북한 제재 결의에 동의하도록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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