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어버이 세대 이전에는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것은 순리에 따랐다. 임신하면 여섯이고 여덟이고 낳았고 그중에 공부 잘하는 애는 공부시키고 못하면 농사나 짓고 그랬다. 자식이 여럿이다 보니 한둘은 병에 걸려 죽기 예사였다. 살기 어려워 특별히 자식에게 사랑을 쏟는일도 드물고 그냥 본능적인 내리 사랑 뿐이었다. 그래도 자식들은 대부분 반듯하게 커 부모를 깍듯이 모시고 잘 살았다. 요즘 이렇게 자식을 키웠다간 난리가 날 것이다.
요즘은 누구나 자녀를 하나 아니면 둘만 낳는다. 게중에는 '무자식 상팔자'식으로 아예 자녀를 갖지 않는 가정도 느는가 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1인당 출산율은 1.3명으로 유럽 저출산 국가인 스페인, 스웨덴, 독일등의 1.4명보다 더줄어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자식은 '하늘'같이 귀할 수밖에 없고 자식사랑은 태아가 생기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태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임산부 뿐만 아니라 남편도 동참 하지 않으면 큰일 날줄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실제로 임신 기간중에 스트레스나 충격을 받거나 술·담배를 즐기면 결손아나 기형아가 태어나고 성장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으니 어쩌랴.
실직이나 출산직전 휴가부족 등으로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키나 몸무게가 작은 아기가 태어난다는 조사가 나왔다. 홍콩 중문대학 연구팀이 최근 2000년부터 2년간 홍콩의 11개 대학병원에서 태어난 1만339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전휴가가 4주 미만인 여성들이 출산한 아기는 홍콩 신생아들의 평균신장보다 0.6㎜ 작고 몸무게도 15g 가벼웠다는 것.
아버지가 실직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경우 정상부모의 아기에 비해 키는 1㎜, 체중은 19g 가벼웠다. 결국 임산부에 직·간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저체중아를 분만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한국 가정사역 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행복한 임신, 행복한 가정'이란 책에는 아내 혼자 하는 태교는 '결손 태교'로 규정짓고 부부가 함께 하기를 권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아기를 갖기 이전부터 술 담배를 삼가는등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아기를 갖게되면 아내와 태아에게 해로운 언행을 삼가고 일찍 퇴근해 아내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아침 저녁으로 "사랑합니다"하고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야외 학습도 필요하며 감미로운 태교음악도 들려준다. 요즘 젊은 가장들이 얼마나 이 수칙을 지켜줄지 의문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더 그렇다. 끊임없는 퇴출과 실직위협, 박봉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달고 있으니 점점 더 작은 애기가 태어나지 않을까 두렵다.
도 기 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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