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바!라이프-YMCA 수화봉사회

제2의 언어 수화(手話). 몸짓으로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수화는 국내 4만 농아(聾啞)장애인들에게는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하지만 이제 수화는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무성 언어다.

수화의 대중화를 위해 20년 가까이 힘써온 대구YMCA 소리수화봉사회(약칭 소리회)는 손놀림과 몸짓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는 단체다.

대구지역 성인 수화단체 중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소리회는 지난 1984년 YMCA 수화교실에서 시작됐다. 대구 영화학교 교사들이 직접 지도한 3개월 기초과정의 수화교실에는 매기마다 장애인, 일반인 구분없이 40-50명씩 참여, 수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점차 수화교실의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체계적인 수화강좌와 사회봉사로의 발전을 위해 1987년 소리회가 발족됐다. 수화교실을 수료한 사람들이 주축을 이뤘다. 현재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100여명. 대부분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매년 3월, 9월 개강하는 3개월과정의 수화 기초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입회자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소리회를 거쳐간 회원만도 2천명이 훨씬 넘는다.

지난 19일 대구YMCA 2층 소리수화봉사회 모임방에는 49기 신입회원 환영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선배 회원들과 이제 막 수화 기초과정을 수료하고 소리회에 입회한 신입회원들이 상견례를 갖는 자리. 새로 소리회 식구가 된 신입회원들은 모두 36명. 대부분 직장인과 대학생 등 20, 30대 청년층. 직장인이 70%를 차지했고 이중 여성이 35명으로 절대적이다.

1992년 소리회 24기로 입회, 회장을 지낸 김호곤(36)씨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의 아버지를 계기로 수화를 배워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재수생 시절 우연히 YMCA수화교실을 알게 되면서 수화를 배우게 됐다"고 입문과정을 밝혔다. 그는 "소리회 신입회원의 대부분이 체계적인 수화교육을 통한 대 사회봉사에 뜻을 두고 있다"며 수화 대중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회원 권호일(36)씨는 "봉사단체를 통해 장애인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오면서 언어 장애인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를 계기로 수화를 배우기 위해 소리회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리회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비롯 장애인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수화통역자가 직접 방문, 통역을 돕고 있다. 또 중고교 특기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화 강사를 각급 학교에 파견해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매월 수성구 시지동에 위치한 뇌성마비,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자유재활원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의 수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 분기별마다 동성로 거리에서 수화발표회도 갖고 있다.

거리수화발표회는 회원들이 성가나 가스펠송 등 음악에 맞춰 노랫말을 수화로 표현하는 행사로 일반인들의 수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매년 일일찻집과 수화발표회 등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대구영화학교 장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청각장애인 캠프나 농아장애인 1박2일 동반여행을 위해 회원들이 휴가를 대신할 정도로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무언등반대회나 농아체험시간을 통해 회원들이 장애인의 고충과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어려움도 없지 않다. 현재 수화로 장애인과 100%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통일수화' 교재에 실릴 단어는 모두 6천단어에 불과해 수화전문가들은 수화를 통해 대략 60% 정도 서로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려면 최소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김호곤씨는 "농아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거나 개인의 통역자원봉사 등 많은 경험을 통해 능숙한 수화가 가능하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정확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밑 차가운 날씨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따뜻한 봉사의 정신으로 녹여가는 소리수화봉사회.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장애인들과 함께 배우고 봉사하며 사랑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소리회의 몸짓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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