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대학가에 있는 인터넷 카페들은 하루종일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알렉산드리아대학 경영대학의 동편에 자리잡은 한 인터넷 카페의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12대의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스카프를 쓴 여학생들까지 컴퓨터에 정신없이 매달려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곳 이집트에서도 인터넷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주머니사정이 좋지 않은 이집트의 젊은이들로서는 큰 맘을 먹어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금도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이집트의 서민들과 대부분의 이집트 대학생들에게 개인컴퓨터는 '꿈'이랄 수 있다.
소규모의 예산에 시달리고 있는 알렉산드리아대학의 대학도서관도 사정은 비슷하여 수십 대의 컴퓨터를 장만하여 학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알렉산드리아에 신 도서관이 개관한 후 대부분의 알렉산드리아대학의 학생들은 신 도서관을 대학도서관보다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유는 컴퓨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신 도서관에는 2천대의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터넷사용을 가능하게 해놓았고 모든 카탈로그가 전산화되었다.
따라서 일일이 사서가 도서를 찾아준다든지 도서에 대해 문의한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컴퓨터실에는 많은 수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인터넷사용에 열중하고 있다.
일년에 30 파운드(약 8천원)만 지불하면 일년동안 도서관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단지 컴퓨터사용만을 위해 도서관을 찾고 있다.
컴퓨터실에서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아흐멧 사미(알렉산드리아대학 아랍문학전공)는 신 도서관을 매일 찾는 학생이다.
그가 지금 찾고 있는 자료는 고대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에 관한 문헌이다.
좬지적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이곳은 이상적인 공간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자료가 다 비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공부에 집중하기에도 좋은 환경좭이라고 말한다.
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정보통신국장인 나하 아들리박사는 신 도서관에서 '미래도서관의 설계사'라고 할 만한 일을 기획, 추진하고 있다.
좬미래에는 종이책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고 보느냐?좭는 질문에 그는 강력한 어조로 부정했다.
좬종이책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해변의 파라솔 밑에서 누워서 보는 책이랑 잠들기 전 침대에서 보는 종이로 된 책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침대에 컴퓨터를 들고 들어가서 컴퓨터를 읽는다는 것, 상상이 됩니까?좭. 그러나 그는 좬현실적으로 도서를 디지털화시키는 것이 비용면에서나 안전면에서나 훨씬 이로울 수 있다좭면서 자신의 학생시절얘기를 꺼낸다.
좬석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지요. 내가 필요했던 책을 구할 수가 없어 영국 서점에 책을 우송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넉 달이 지난 후 배편으로 도착하긴 했는데 이미 상당히 파손되어 내가 보고 싶어했던 부분은 찢겨져 없어졌는 데다 엄청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당시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좭며 디지털세계의 이점을 들었다.
지금 신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디지털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도서들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은 세계 어디에 있든지 인터넷을 이용하여 도서나 자료의 목록을 검색하고 내용을 읽거나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셰익스피어에 대한 카탈로그를 찾을 경우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책 외에도 영화자료나 음악자료 등이 검색되고 원하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관계된 영화나 음악을 집에 앉아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든 출판되는 시사물들 중 온라인에서도 열람이 가능한 7천여종의 온라인 시사물들과 계약을 맺어 온라인상에서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나온 후 고대시대의 항구자리를 바라보면서 파피루스를 찾아 배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사서들의 모습을 환영처럼 그려본다.
도서관에서 파피루스와 두루마리에 쓰여진 문자들을 꼼꼼하게 필사하던 사서들은 간데없고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은 사서들만 보게 된다.
나중에는 이들 사서들마저도 아예 찾아보기 힘든 디지털도서관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오면 종이로 된 책마저도 박물관에 진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따뜻한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연필로 밑줄을 쳐가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앞으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영식(자유기고가) youngsig@teledom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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