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노당선자의 언론고민

23일 민주당 연찬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인사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았다.

"나는 함께 승리한 사람들을 요직에 참여시키는 문제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여론 주도층의 생각에 대단히 불만이 많다.

다른 사람 다버리고 노무현 혼자만 (정부에) 들어오라. 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오면 측근으로 몰아 혼을 내겠다는 분위기가 서글프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를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별로 참여하지 못해 불만인 민주당 당직자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단히 불만이 많다', '서글프다'는 용어에서 보듯 당직자 달래기용으로만 보기엔 표현이 강했다.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과 꾸밈없는 성격을 감안하면 노 당선자 자신이 정말 여론이 불만이고 서글프며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노 당선자가 언급한 '여론 주도층'은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언론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일부 거대 신문에 대해 노 후보는 '정면돌파'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당선자의 신분이 되자 이들의 비판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풀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여론에 귀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노 당선자 표현처럼 여론, 그것도 독과점된 거대 언론에 의해 포장되고 전파되는 여론이 대통령직 수행을 어렵게 할 정도라면 대책이 마땅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론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는 상품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독과점 언론이 여론을 왜곡한다면 국민의 귀가 막히고 눈이 멀게 된다.

관점에 따라 이론도 있고 반론도 있겠지만, 많은 노 당선자를 지지한 국민들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을 목도했다고 주장한다.

언론, 특히 몇몇이 독과점하고 있는 신문시장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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