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석-담

담은 역할이 많다.

경계선을 확정하고 사람이나 동물의 침입을 방지하고 외부의 시선 차단하며 방화.방음 등의 역할을 한다.

담은 재료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나뭇가지 등 가벼운 재료로 만든 것이나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은 울타리 또는 책(柵)이라고 한다.

판장(板墻), 목책, 가시철망울타리, 나무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보다 튼튼하게 만든 것을 담이라고 하는데 축조재료에 따라 토담.돌담.벽돌담.콘크리트담 등으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농가에서는 흙과 지푸라기에 석회나 돌을 섞어 담을 쌓았다.

질 좋은 흙이 많은 데다 일찍부터 벼농사가 발달해 짚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부잣집.좋은 집일수록 담이 높았다.

방범을 위한 장치였다.

세월이 바뀌면서 방범 방법도 많이 변했다.

담 위에 유리를 깨 박거나 철조망 치기는 낡은 기법이다.

요즘은 방범 창.셔터.안전 자물쇠에 드디어 방범 회사와 계약해 전자장치로 모니터하는 서비스가 성행한다.

그래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지만.

최근에는 아예 담을 없애는 집들이 늘고 있다.

미관을 꾸미기 위한 방법이지만 담 대신 '사람의 눈'을 범죄 예방에 이용하자는 뜻도 있다.

그런데 이게 꽤 쓸만하다고 한다.

담을 허문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툭 트여 오고가는 사람이 늘 살피니 침입할 수도 없고 침입한들 역시 툭 트인 공간일 뿐이다.

담에 그림을 그리는 곳도 있다.

칙칙한 회색 담보다야 낫지만 담이 없는 풍경에 비할 바는 못된다.

요즘은 담이 있었던 자리에 소공원을 꾸민 큰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운동장에 사방을 꽉 막는 담 대신 철망을 둘러 안이 훤히 보이도록 한 곳도 많다.

어떤 벽화보다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는 덤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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