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의 3.18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탑이 역사적 기록은 없고 내용마저 조잡해 군민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1절을 전후해 기념탑은 붉은 페인트로 훼손됐으며, 합천군청으로 '일경(日警) 공적비 철거하라!'는 유인물이 전달되기도 했다.
유인물에는 "조각상이 민초들의 항쟁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포악한 일경들만 가득하다.
3.18 합천 만세운동사는 어디갔느냐?"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념탑의 조각상에서 총칼을 든 일경들이 40여명이나 떼지어 있고, 조선인들은 단 6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포승줄에 묶인 초라한 모습으로 표현됐다는 것. 게다가 탑의 건립목적이 3.18 합천 만세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것인데도 그 내용을 알리는 역사적 서술이 단 한줄도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 "측면 조각을 일경이 쓰러지고 민중이 봉기하는 내용으로 바꿔야 하며, 만세운동 기록을 상세히 새겨 후세에 알려야 옳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말썽이 된 기념탑은 지난 2001년 3억700만원을 들여 합천읍 새천년 생명의 숲에 건립된 것으로, 매년 이곳에서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가졌다.
탑 건립 이후 군민들은 "뜻이 없고 조잡하다"며 비난했으나 군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일축해 왔다.
주민 김모(58.합천읍)씨는 "합천 만세운동 정신을 기려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당초 목적이 무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합천 만세운동은 1919년 3월18일 합천장날을 기해 일제히 일어났으며, 지방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시위로 국가보훈처 기록에 남아 있다.
규모는 물론 시위양상도 주재소 및 면사무소 파괴, 방화, 전선절단 등 가장 격렬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군내 7개면과 인근 의령.산청군민 등이 함께 한 연합시위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색을 보이고 있다.
총 13차례에 이르는 시위에는 2만4천여명이 참가했으며, 순국자 21명, 부상자 51명, 수형자 91명에 이르렀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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