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영재교육

과학영재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기존의 과학고가 입시제도에 눌려 과학영재교육이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고 전국 15개 대학에 설치된 과학영재교육원에서도 자퇴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과학영재교육원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 계발에 치중하는 반면, 학부모들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도에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사설 영재학원의 증가로 단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과학영재교육원에 입학한 후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한 부산과학영재학교는 기존의 과학고에서 영재교육기관으로 전환한 첫 케이스. 이는 기존의 과학고가 대입 내신성적의 불리한 평가로 과학영재교육이란 제구실을 제대로 하지못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부산과학영재학교의 운영성과를 분석, 2004년 이후 추가 영재학교 지정을 검토키로 했다.

◇문제점=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수당과 승진가산점과 같은 인센티브가 없어 기피하고 있다.

영재교육진흥법 상에는 전담교사를 둔다든지 자격증제도가 없다.

이같은 제도적 장치의 미비는 교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진다.

현재 과학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이 늘어나면서 영재교육 관련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태부족한 상태다.

조석희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장은 "올해 내로 담당교사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영재교육진흥법 개정시안을 만들어 내년에 절차를 거치기 위해 교육부에서 준비중"이라며 연수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영재교육기관끼리의 연계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유윤재 경북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대부분의 과학영재교육은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들의 과학고 진학률은 높지 않다"며 "이는 대학입시에서의 내신성적을 걱정하기 때문이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사실상 영재교육과 단절돼 버리는 건 자원낭비"라고 말했다.

과학영재판별도구나 도서학습자료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충분한 상태다.

그러나 빠듯한 시·도교육청 예산으로는 프로그램 구입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과제=과학영재교육은 수학올림피아드나 과학탐구대회 등 경시대회를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영재교육은 점수를 높이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석희 실장은 "아직까지 많은 영재교육기관이 경시대회 준비나 과학고 입시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며 영재교육의 본질적 목표인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키우는데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귀족교육이란 오명을 벗는 것도 큰 과제중의 하나다.

조석희 실장은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 중에서 영재를 선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했다.

사교육을 받은 정도에 따라 영재교육기관에 선발되는 것보다 타고난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추천하는 통로를 만들어둬야 하는 것도 숙제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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