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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지금도 나는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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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아!

너는 스승의 날 새벽에 나를 생각하며 눈물지었지만 나는 부끄러움에 가슴 저몄단다.

학교 홈페이지 담당 선생님이 내 게시판에 스승의 날에 올라온 제자의 편지가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읽어 보았느냐고 물을 때까지 나만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무려 두 달이나 까마득히 잊고 지냈단다.

3월 1일부로 이 학교로 전근을 와서 고3 담임을 맡고 수능이란 피할 수 없는 제도에 묶여 그저 종종걸음을 쳐왔구나. 학생들에게는 늘 마음의 여유를 찾아라, 마음 밭을 일구라고 깨우쳐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나를 부끄럽게 했단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수영이에게 감사한단다.

그런데 수영아! 너의 첫마디가 나를 내내 붙들어 놓는구나. '아름다운 선생님', '대나무 같은 선생님'이란 두 구절이 그렇구나. 시골에 농사지으러 가고 싶다고 하시던 선생님이 지금도 학생들 가르치고 있어 반갑다고 했더구나. 내 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단다.

시골 어느 인연 닿는 곳에 아담한 집과 농장을 마련해서 농사를 짓고 싶구나. 이제는 한 가지 소망이 더해졌단다.

내가 거처할 공간 외에 넓은 방을 몇 개 더 마련해 두고, 나를 아는 인연들이나 너희처럼 내 교육을 받은 제자들이 가끔 찾아와 세상살이 바쁨을 잠시 잊고 심신의 피로를 풀고 재충전해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구나. 딱딱한 중·고등학교 교실을 벗어나 정말 인생을 얘기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을 얘기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단다.

나는 네 편지를 읽고 한 편으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행복에 겨웠단다.

10년 전 여중학교 1학년인 너희들에게 무슨 말들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그러나 너희들은 자기에게 맞게 받아들여 평생 교훈으로 삼는다는 깨달음을 주었구나. 교실에서는 스승이 감동을 주고 깨우치고 발전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어야 한단다.

다음엔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생활로 옮겨 바람직하게 변해가는 모습으로 수영이 처럼 한 번씩 스승을 감동시켜야 하지 않겠니? 스승과 제자 사이가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아름다워질 것 같구나.

수영아! '지금도 나는 아름다운가'란 화두를 스스로에게 항상 던지면서 교단에 서고 싶구나. 경찰이 되겠다는 네 꿈 꼭 이루길 바란다.

여전상(영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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