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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쓰레기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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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쓰레기 분리 수거가 실시된 지 9년째됐으나 시민과 행정기관의 무관심으로 아직도 겉돌고 있다.

분리되지 않은 재활용쓰레기들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반입되는가 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도 재활용 선별장으로 들어가는 등 뒤죽박죽이다.

분리 수거를 위한 인프라 등 환경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이 작업 및 보관이 어려울 정도로 협소하거나 선별기계도 없어 수작업으로 쓰레기를 분리, 선별하는 경우도 적잖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환경미화원 등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축되고, 공공근로 인력마저 열악한 근로 환경 때문에 그만두기 일쑤다

이때문에 재활용쓰레기 선별 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기껏 선별하고도 이를 받아주는 재활용공장이나 고물상이 없어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재활용쓰레기 수거 인력 및 장비가 부족, 일반 생활쓰레기 수거차량이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해 매립장으로 싣고 가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이는 분리 수거 및 재활용 사업이 구정(區政) 살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치단체들이 사업 지원 및 추진에 소극적이기 때문. 한 구청 경우 지난 1995년 21대이던 분리수거 차량이 9대로 줄었고 처음에 20~30명 배정됐던 공공근로자도 지금은 10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열악한 선별장 환경 때문에 반 이상이 그만뒀다.

또 선별장이 비좁아 의류 등 일부 재활용품목들을 선별하지 않고 그냥 일반 생활쓰레기로 처리하는 구청들도 있다.

선별기계가 없는 곳은 물론 압축기가 있는데도 인력 부족과 전기세 등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곳도 적잖다.

지난 23일 대구시 중구 태평네거리 부근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을 찾았다.

쾨쾨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200평 정도의 선별장은 각종 재활용쓰레기들로 가득 차 발디딜 틈조차 없다.

"월요일엔 일요일 쓰레기까지 합쳐져 양이 엄청납니다.

아침에 출근해보면 수거차량들이 선별장 안에 쏟아놓고 간 재활용쓰레기가 문앞까지 차 있을 정돕니다". 선별장 작업반장의 얘기다.

선별장으로 사용하기엔 장소가 너무 좁아 분리된 쓰레기를 보관할 장소도 마땅찮다.

그러나 이마저도 임대지라 불평할 형편도 못된다.

선별장에 들어온 쓰레기들은 재활용쓰레기라기보다 잡동사니에 가깝다.

또 품목별로 분리 수거된 재활용쓰레기도 찾기 힘들다.

분리 수거되지 않고 반입되는 재활용쓰레기가 반입 쓰레기의 70~80%에 이른다고 한다.

반입된 쓰레기 중엔 재활용쓰레기가 아니거나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바람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도 전체 10~20%나 된다.

아파트 대단지나 학교 등 몇몇의 경우에만 제대로 분리 수거될 뿐 대부분은 각종 재활용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뒤섞여 반입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분리수거차량도 섞일 염려없이 재활용쓰레기들를 한데 쏟아붓고 선별 작업 인부들도 으레 먼저 생활쓰레기를 분리하고 재활용쓰레기를 품목별로 선별한다.

이병현(35) 작업반장은 "시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로 매립장의 사용연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재활용쓰레기 선별에도 이중삼중의 인력과 예산이 들고 있다"고 했다.

분리 배출이 안되는 건 관공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 공공근로자는 "시나 구청에서 들어오는 재활용쓰레기중에도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된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작은 언덕들을 이룬 쓰레기 더미 사이로 4명의 공공근로자가 쓰레기 선별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은 선별기계도 없이 직접 손으로 쓰레기를 선별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쓰레기 분리 및 재활용 체계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김윤희 간사는 "지금 체계로는 제대로된 분리 수거 및 재활용이 힘든 만큼 공공근로 대신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재활용 사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활용품목으로 분리해야 하지만 인부들의 재활용품 교육 부족으로 분리되지 않거나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많고 재활용산업체가 없어 버려지는 재활용쓰레기가 적잖다는 것.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 중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우유 등의 음식물이 들어있는 캔이나 플라스틱 용기가 많다.

음식물쓰레기가 든 용기는 음식물을 버린 뒤 용기를 따로 분리해야 하지만 인력이 없어 그대로 일반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진다.

멀쩡한 물건들도 많다.

선별장 미화원 한정자(45·여)씨는 "씻기 귀찮아서인지 김치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를 양념이 묻은 채로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고 최근 들어선 깨끗한 옷이나 신발이 들어오는 경우도 적잖다"며 자원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무신경함을 지적한다.

한 공공근로 아주머니는 "구더기 심지어 인분까지 신문지에 싸여 들어오는 경우도 적잖아 작업 중 구역질, 구토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공공근로자들의 손을 거쳐 선별된 캔, PET병 등은 곧바로 압축기로 들어간다.

압축기는 한번에 1만2천개의 캔을 네모난 박스모양으로 압축해 냈다.

무게가 40kg 정도되는 이들 압축된 캔 뭉치는 kg당 90원에 고물상, 재활용공장 등지로 팔려간다.

알루미늄캔은 kg당 800원까지 받는다고 한다.

또 다른 압축기에선 바짝 눌려진 PET병들이 나왔다.

PET병은 반동력 때문에 압축 과정을 10번 정도 되풀이해야 한다.

이렇게 압축되는 PET병은 한주에 2t 정도. 재활용쓰레기 중 가장 효자 품목이다.

kg당 170원으로 재활용 단가도 높고 선별도 쉽다.

그러나 유리병이 많을땐 속수무책이다.

PET병을 따로 분리할 인력과 시간이 없어 다른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들과 함께 섞여 처리된다고 한다.

재활용쓰레기 중 가장 애물단지는 유리병. 양도 많은데다 무겁기까지해 선별 및 적재, 운반 등 모든 작업이 힘들다고 한다.

깨질 위험성도 높고 장소도 많이 차지하지만 실속은 없다.

최근 단가가 올라서 병당 7원. 이를 재활용하려는 산업체도 별로 없어 처리가 힘들다.

캔과 종이류와 달리 병을 흔쾌히 받아주는 고물상은 드물다고 한다.

병 색깔별로 분리해야 재활용 가능하지만 선별장에선 분리작업에 엄두도 못낸다.

국산 맥주병이나 음료수병은 수거 양도 적고, 제값을 받는 공병으로 분류돼 따로 선별된다.

1회용 비닐봉투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열악, 그대로 생활쓰레기로 처리되기 일쑤다.

비닐봉투가 더럽거나 안에 이물질이 들어있을 경우 별도의 인력을 들여 재활용품으로 분리하지 않고 일반 생활쓰레기와 같이 처리하고 있다.

또 분리 수거된 비닐봉투도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기도 한다.

며칠 전엔 분리 수거된 비닐봉투를 재활용하기 위해 대구 인근 재활용 산업체들을 찾아 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 돌아오기도 했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김미화 사무처장은 "현재 비닐봉투는 환경부에서 분리수거토록 권장하고 있으나 대부분 구·군에서 이를 조례로 제정하지 않아 아직 분리 수거해 재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재활용쓰레기와 분리 수거에 대한 시민 의식 고양과 함께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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