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 재처리, 그냥 넘길 일 아니다

핵 개발과 관련, 북한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북한은 지난 8일 뉴욕에서 가진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8천개의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지난 6월 말 완료했다고 공식 통보했다.

미국과 한국은 이 같은 통보에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일부 재처리든, 전량 재처리든 재처리가 진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해 10월 17일 북한이 핵 개발계획을 시인한 이후 8개월 여만의 일이다.

북한은 핵 사태 해결 방식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 가운데 조금씩 경계선을 허물어 핵 재처리 과정까지 진입했다.

미국이 특단의 제재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틈바구니를 비집은 전략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북한의 종국적 도발에 대해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폐연료봉에 손대는 즉시 큰 변란이 일어날 듯 떠들어온 미국의 입장이 무색해지는 국면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개발을 먼 산 보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과 심도 있는 논의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남북 대응에서도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핵 개발에 대한 이완된 경계심을 높이고, 책략 없는 민족공조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어물거려서는 곤란하다.

이번 11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그런 점에서 실망스런 것이 아닐 수 없다.

사태는 미래에 가 있는데 공동성명에 나타난 합의는 과거에 머문 느낌이다.

장관급회담은 북한의 핵 개발을 폐연료봉 재처리 이전 상태로 묶어두고, 핵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측은 고폭실험이나 핵 재처리라는 근본문제는 제쳐두고, 해법만 찾는 전략 부재를 노출시켰다.

정부는 보다 냉엄하게 북한의 핵 개발을 추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경협 합의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본질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국제사회와 공조, 북한의 레드 라인 파기에 따른 현실성 있는 결단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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