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도시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우리가 잃는 것은 너무나 많다.

주거지역의 빈 땅들은 근 일년 사이에 원룸으로 일컫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다가구 주택가로 변모해 조용하던 동네 도로는 밤낮 없이 젊은 사람들만 드나드는 번잡하고 차들만 가득한 동네가 되었다.

이웃이 집을 지으려고 하면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기는커녕, 내집 값이 떨어질까 손해볼 일이 없나 살벌한 감시의 대상이 되고 급기야 인근주민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건축을 할 수 있는 초법적인 제도까지 생겨났다.

책방가게 아저씨, 분식점 아줌마, 세탁소 토박이 주인들이 정든 동네를 차례차례 떠나버리고 나자 멀쩡하던 건물들이 헐리고 기업형 대형 할인마트, 유명 백화점이 점거했다.

오래도록 있어왔던 동네 학교들은 아파트 단지를 따라 철새처럼 떠나고 숨통으로 남아있던 학교 마당은 고층 아파트로 채워진 지는 이미 오래이다.

멀쩡한 아파트들도 재건축 열기로 구조적 부실과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 현수막을 내걸고 자축하고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재신청하는 기이한 현실이 되었다.

시가지 대로변의 중요한 위치에 남겨져 있었던 값비싼 땅들은 법규가 강화되기 전에 최대면적 최고높이로 허가권이 선점돼 외지 사람들의 투자 투기의 대상이 됐고, 지역의 정서와 실수요에 상관없이 땅값은 자꾸 높아가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대구 시가지 어디에서나 바라볼 수 있는 앞산과 용지봉, 팔공산과 비슬산 줄기의 경관이 펼쳐져 있고, 신천의 물길 따라 트인 조망과 조금만 벗어나면 금호강변의 노을과 철새들의 여유로움을 볼수 있었다.

분지형도시의 질서에 따라 도심지는 저층화, 도심외곽에 고층 아파트지구가 배치되어 지형지세를 크게 그르치지 않는 스카이라인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우후죽순으로 솟아오르는 도심의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의 초고층화로 수평의 도시에서 수직의 도시로 높이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급기야 대구시가 도시환경 주거환경의 정비와 개선을 위한 법규 조례의 개정으로 지역지구를 세분화, 건폐율과 용적률의 하향조정안을 발표했지만 지금은 이해관계의 충돌로 합리적 방안의 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 공동의 아름다움과 도시의 미래성보다도 다급한 것이 개인의 재산 보존과 증식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도시 경관과 건물의 조화, 가로의 맥락성, 도시건축의 문화적 지향성에 대해서는 수혜자인 시민 개개인의 공감대와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불경기에 건축주, 아파트 시행사, 건설사는 경제적 수익성만 생각하고 설계자는 일거리 확보에, 행정은 민원에 시달리는 현실이지만 지금 지어지는 건축과 도시는 이 도시를 떠나지 않는 한 우리 자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곳임을 인식해보자.

서울시는 도심의 교통축인 고가도로를 없애며 수백 년 전의 청계천을 되찾는 작업에 착수했고 오래전 남산의 경관을 위해 고층아파트를 철거했던 선례를 상기해보면 우리 도시의 미래도 그런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약전골목과 시내 언저리 곳곳에 흔적이 남아있는 성터를 되찾으려 할지 모를 것이며, 도시에 묻혀가는 건들바위의 모습을 또렷하게 복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경제적 논리의 재개발과 함께 상화고택 역시 교육도시 문화도시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개발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 도시의 관광 상품화 전략까지도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당 800만 원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줄을 서고 40층이 넘는 고층건물이 수십 동이 들어서고 유명백화점과 명품점 매출이 타도시의 추월을 불허하는 세련된 도시라고 자랑(?)할 수 있다면 다른 도시에는 있고 우리 대구에만 없는 시립미술관 정도는 하루 빨리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최상대(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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