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에서-우리의 잔치에 신명 갖자

대구 U대회로 대학도 덩달아 바빠졌다.

18, 19일 U대회를 기념하는 국제대학교류실무자 회의가 열려 세계 각 대학인들의 교류와 상호 이해가 개별 대학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서로 확인하였다.

회의가 끝난 후 전통 한국음식점으로 안내받은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요즘 외국 손님들은 불고기나 잡채뿐만 아니라 김치도 잘먹고 된장찌개도 즐긴다.

앞으로는 더욱 토속적인 한국음식을 권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이번 U대회를 계기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있었다.

외국 자매대학의 총장 일행과 외교관들이 경북대를 방문한 것이다.

U대회 참가를 위해 대구에 온 것인데 우리 대학으로서는 귀한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신 셈이다.

잔치를 벌이면 생각지도 않던 반가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집안 행사나 국가 행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U대회 개회식이 있은 21일 우리 대학에 와있는 외국 학생 100여명을 포함해 경북대 가족 1천여명은 개회식 현장에 있었다.

외국 학생들은 세계에 170개가 넘는 많은 나라들이 있다는 데 놀랐고, 애국가가 울릴 때는 우리와 같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국을 생각했다.

자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자신이 애국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할 때는 감격에 목이 메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했다.

무더운 날씨와 집에 올 때의 어수선함을 감안하더라도 외국 학생들이 받은 감동은 대구 시민들보다 결코 적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개회식 관중으로서 선수단을 보는 우리만큼이나 외국 선수단들도 우리를 경이의 눈길로 보며 그 순간을 가슴에 새기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외국인 학생은 누가 대구를 "다이구"로 발음하자 "대구"가 올바른 발음이라고 외칠 만큼 이미 대구를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충분한 시간과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잔치를 준비하지 못했다.

필자가 아는 어느 주한 외교관은 몇 달 전 이번 U대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고 걱정하면서도 덧붙이기를 그렇지만 한국인은 극히 짧은 시간에 거의 완벽한 준비를 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U대회도 이를 증명하는 듯 하다.

부족한 예산과 그간 대구가 겪은 어려움을 고려하면 이만큼 행사가 준비된 것에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낄만하다.

물론 충분한 시간과 사전 협의가 있어서 각 민간 단체나 대학들이 나름대로 준비한 행사들이 전체 U대회 행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시와 조직위의 일을 덜어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하다.

원래 자기 동네 잔치는 심드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외국의 유명한 축제도 막상 보면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구 시민들도 누가 준비한 행사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잔치에 보다 신명을 갖고 참여하기를 기대해본다.

박명구〈경북대교수 국제교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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