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재정경제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189개 지자체에서 모두 448건의 지역특구 개발을 신청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역특화법'이 통과되면 내년 5, 6월 쯤 지역특구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접수된 사업내용을 보면 교육국제화특구를 비롯해 고지대스포츠특구, 실버특구, 안경산업특구, 약령시특구, 동굴특구, 전통한옥특구, 굴비산업특구, 패밀리관광특구, 생선회관광특구 등 지역 특성을 살린 특이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이같은 지역특구 개발은 낙후된 지방발전을 도모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역특구 개발사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역특구 개발은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한해 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해 준다는 것을 전제로 추진되는 까닭에 중앙정부 관련부처들이 얼마나 잘 협조해 주느냐가 문제다.
또한 재경부는 이번에 접수된 특구 신청건수 가운데 가급적 많은 지역을 특구로 지정할 방침이지만 선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역 안배가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차별성이 없거나 특화 실현성이 없는 개발계획을 선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행여 내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지정이 행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지역특구가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특화발전을 주도할 지자체의 역량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견주어 보면 지자체는 치밀한 계획과 현실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없이 일단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내는 데 매달려 온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좋은 사례가 문화관광부가 추진해 온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지역 문화예술회관 확충사업일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 14일 밝힌 바에 의하면 1999∼2002년에 걸쳐 국고보조금 9백25억원이 투입된 지역 문화예술회관 확충사업은 건립되었거나 건립중인 회관수가 계획의 1.62배인 140개로 외견상 실적은 목표를 달성하고도 남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공연이나 전시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토목공사만 있고 문화예술 기능은 없는 기형이 되고 만 셈이다.
돈 많이 들인 훌륭한 문화예술 공간이 고작 기념식이나 하는 강당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 유지비만 해도 지자체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결과는 애당초 문광부가 지원대상을 선정할 때 회관부지와 지방비 확보 계획 심사에만 치중하고 건립후 회관을 운영할 역량이나 전문인력의 확보 등을 도외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우선 중앙정부의 예산을 받아 회관부터 짓고 보자는 지자체의 잘못된 발상 때문이다.
자연녹지까지 해제하면서 불필요하게 넓은 부지에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생각부터 반문화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문화발전은 결코 토목공사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칫 지역특구 개발이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우려는 그러나 그야말로 걱정에만 그칠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지역특구 신청건수 가운데 절반이 관광·레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광특구 신청만 133건(약30%)으로 가장 많고 특구 지정을 위해 풀어야 할 규제는 토지이용 관련이 가장 많아 2062건(약62%)에 이른다.
물론 이같은 백분율이 특구 지정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토지규제의 완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특구 개발은 자연파괴 또는 문화재 훼손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예를 들어보자.
이미 알려진 바와같이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일대는 백악기의 공룡발자국이 남아 있는 자연사의 현장이며, 반구대에 새겨진 300여점의 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어로, 수렵, 농경의 변천을 알리는 귀중한 자산으로 국보 제28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이런 문화유적을 울산시가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면서 넓은 도로와 주차장시설은 물론 수십만의 관광객을 유치할 대규모 문화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중앙정부는 이 사업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같이 무모한 관광지 개발로 암각화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자연파괴, 문화재 훼손도 마다 않는 관광특구 개발이 지역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제발 그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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