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태풍 피해를 입은 대구 산업 현장이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았다.
군과 관의 밤샘 복구 작업으로 달성, 성서 등 태풍으로 폐허가 된 지역 주요 공단들이 서서히 정상을 되찾고 있고 여기에 일반 시민들의 자원봉사 행렬이 줄을 이으면서 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절망적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 업체들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17일 찾은 달성공단 산사태 현장은 하루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아직 800m 가량의 돌무더기를 더 들어내야 하지만 태풍 '매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10개 업체 300m 구간은 3m에 달했던 바윗돌들이 대부분 치워져 있었다.
업체들에 따르면 이 일대 복구 작업은 적어도 일주일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구시 및 달성군청이 지난 14일부터 4일간 24시간 철야 복구작업을 펼쳐온데다 같은날 오후부터 황금독수리부대 2개 대대 350여명이 이곳에 투입되고 17일부턴 자원봉사자 300여명까지 복구 활동에 동참하면서 작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관.군 복구 작업이 활기를 띄면서 이곳 태풍 피해 업체들은 암흑 천지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산사태로 7m 옹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토사가 쏟아진 남선산업은 1천평이 넘는 공장 내부가 사람 허벅지 높이의 진흙뻘로 변하고 3m 높이의 1층 식당 및 보일러실은 3분의 2까지 자갈, 흙더미가 들어찼지만 군인 및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에 가세하면서 공장 내부가 거의 제 모습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 14일 오후 1시부터 복구 작업에 뛰어든 황금독수리부대 40여명의 군인들은 누구도 믿지 못할 엄청난 일을 해냈다. 돌무더기로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삽 하나만 들고 현장에 뛰어들어 1톤 덤프트럭 50대 분량의 진흙 및 토사를 매일 제거해 온 것. 이날도 군 장병들은 오와 열을 맞춰 삽과 공장내 합판 등을 이용한 일사불란한 토사 제거 작업을 진행해 복구 활동은 거의 마무리 단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회사 김종렬 상무이사는 "기계 설비 일부는 즉시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며 "완전 정상화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내일부턴 하루 3, 4t씩 20%가량의 제품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2km쯤 떨어져 있는 오대금속 등 3개 피해업체에선 중소기업청 소속 65명이 뜨거운 뙤약볕에서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대구경북청은 물론 본청, 충북청, 전북청, 대전청 등 전국 각지에서 복구 활동을 자원한 열혈 공무원들. 달성공단 경우 고지대 40여 업체들이 인근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 진입으로 공장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하루종일 삽질을 해야 하는 육체적 고통때문에 일반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으로 피해업체들에겐 중소기업청 직원들이 더 할 수 없는 큰 힘이 됐다.
300여명에 이르는 '오라서포터즈' 회원들은 17일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달성공단을 찾아 일반 시민 자원 봉사활동의 물꼬를 텄다. 오라서포터즈는 지난 U대회때 170개국 선수단의 입국에서 출국까지 모든 도우미 활동을 전담했던 교인단체.
이날 공단내 섬유업체 에스케이텍스에서 복구 활동을 도왔던 주부 장은숙(30)씨는 "1, 2조로 나눠 건장한 대학생들은 공장 바깥에서 군인들과 함께 토사 제거 작업을 실시하고 주부 등 여성 봉사자들은 공장 내부에서 기계 부품 등을 세정하고 있다"고 했다.
침수 피해가 컸던 성서공단에도 자원봉사 발길이 줄을 이었다. 16일 대구지방국세청, 서대구세무서 직원 60명이 수해 현장을 찾아 침수 업체 제품정리 및 도로변 환경정리 봉사 활동을 펼쳤고 E마트 성서점 직원 20명도 16일 지산실업에 이어 17일 삼부섬유를 방문하는 등 이번 주 내내 중소기업 복구 작업을 도울 계획이다. 또 계명문화대 학생 80명도 같은날 공단내 피해업체를 찾았고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피해업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체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는 모범을 보였다.
E마트 업무팀 사원 문진양씨는 "성서, 달성 공단은 지역 제조업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공단"이라며 "피해 업체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 지역 산업계가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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