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신규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33평형 기준)가 지난해 평당 400만원대에서 올들어 7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방 3칸 짜리 황금동 신규 아파트 한채 값이 2억2천만원, 48평형은 4억원에 이르고, 범어동에는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생겨났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남북 화해와 교류의 필요성을 아름답게 보여준 방북 소떼 500마리도 수성구 아파트 몇 채면 가뿐히 살 정도로 대구의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그런데도 청약열기는 과열돼 분양현장마다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번 근로소득으로 집을 장만하거나 넓히고, 보다 나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제행위이다.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그러나 문제는 딴 데 있다.
건설사들이 적정 분양가보다는 이윤 극대화 작전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한껏 높인데다 신규 분양 시장마다 설쳐대는 녹림당(綠林黨.도둑떼=아파트 투기꾼들)이 저지르는 분양질서의 왜곡과 한탕주의식 프리미엄 챙기기의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
투기꾼들은 아파트의 분양열기를 부추기고, 편법과 반칙으로 수천만원씩 프리미엄을 챙겨 아파트값만 기형적으로 올려놓은 뒤 빠져나가, 결국 대구의 소비자들만 앉아서 집 한 채에 수천만원씩 더 주고 사야할 형편이다.
때문에 낙첨된 실수요자들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준 채 분양권을 사들이느라 과도한 금융부담에 시달리고 근로의욕은 떨어지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공개된 몇몇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는 실수요자 외에 아파트 전문 투기꾼(속칭 통장업자)과 떴다방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통장업자들은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수도권 1순위자들의 청약통장을 수수료 몇백만원을 주고 다수 빌린 뒤, 대구로 위장전입하여 청약 조건을 만족시킨 '점프 통장'으로 청약을 한다.
서류상 하자는 없지만 불법이다.
청약에 당첨된 통장업자들은 그 자리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분양권을 전매하고, 다른 사람의 분양권을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다.
대개 부동산투기와 같은 불로소득으로 거액을 만지는 통장업자들의 탈법행위는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게 아니다.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대가 부동산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부산의 아파트 시장을 일차적으로 노렸고, 지금은 대구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판을 치고 있다.
대구 아파트 시장의 단물을 빨아먹고 나면 조만간 울산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있다.
검은 뭉칫돈으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통장업자들이 저지르는 하이에나식 횡포는 현행법을 조금만 고치거나 보완하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첫째 방법은 청약조건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이전 주소지의 아파트는 누구라도 청약할 수 있게 돼있다.
이런 맹점을 악용, 단 며칠만 주소를 옮겨서 해당지역 청약1순위권을 갖는 점프 통장의 위장청약을 막아야한다.
특정 지역의 신규아파트를 청약하려면 적어도 거기서 1년이상 살아야한다는 조건을 명문화시키면 투기꾼들의 점프통장의 유입으로 인한 피해는 대폭 줄일 수 있다.
*'투기' 아닌 '투자'로 유도해야
둘째 방법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 허용조치를 재검토해보는 것이다.
지난 25일부터 건교부 실무자 5명이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선정하기 위해 방문,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걱정은 부동산 투기꾼은 막되, 건설경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분양권 전매 금지를 부활시키는 것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다.
기타 건설사들이 지나친 이윤추구로 분양가 급상승세가 재현되지 않도록 현재 국회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입법화 조치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땅값은 폭등(서울은 4만배)했고, 한국의 지가총액은 1천500조원에 달해 프랑스를 여덟 번 사고도 남을 만큼 우리네 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불로소득이 낳은 부작용은 심각하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 380조원(우리나라 2004년 예산 117조원의 3배 이상)과 당장 동원가능한 뭉칫돈 968조원이 투기자본으로 변질돼 전국의 아파트 분양시장을 넘나들며 지방을 황폐화시키지 않도록 막는 일, 정부의 몫이다.
저금리 추세속에 떠도는 여윳돈이 투기자본화하는 부작용을 없애고 제대로 투자처를 찾도록 돈의 물꼬를 트는 일이 바로 우리사회 빈부격차 해소의 지름길이다.
최미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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