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전념하겠다"더니

갈 길 바쁜 한국경제가 뜻하지 않은 엄청난 복병을 만났다.

연초부터 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 사스(SARS)공포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해온 한국경제는 하반기 들면서 국내 '집단이기주의'와 정면 충돌,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있다.

새로운 성장 원동력을 찾지못해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심리적 총체적 공황(恐慌)에 빠진 상황에서 터진 '대통령 재신임' 발언은 우리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통째로 뒤흔드는 메가톤급 핵폭탄이다.

지금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경제에 전념하겠다"던 노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온데 간데 없고 정강(政綱)을 뿌리채 흔드는 폭탄 선언 앞에 국민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미 IMF 환란 당시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푸념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밑바닥 서민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대내외 악재 때문만은 아니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정책의 불확실성과 신뢰 추락이 문제의 핵심이 아닌가. 그런데도 경제는 뒷전인 정치적 발언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불확실성과 불신의 씨앗을 뿌리고 있으니 국민들은 도대체 그 소용돌이의 끝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경제계도 한 목소리로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민의 총의를 대내외 난제를 극복하는데 진력해주기 바란다"며 "재신임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한상의도 "재신임은 그 목적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순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과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앞으로 벌어질 소모적 논쟁에 경제가 희생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는 '실험실의 청개구리'가 아니다.

지금 지구촌은 '환율전쟁'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여있다.

해외 불안 요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마당에 우리는 내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미 선언한 것이라면 조기 수습의 방안을 찾아야한다.

그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만에 하나 경제가 희생양이 된다면 서민들이 참을 수 있는 임계(臨界)치를 넘어서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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