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내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매미'가 끼친 재산피해액은 6천688억원에 이른다.
경북도는 지난달 말 응급복구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하는 복구체감지수는 형편없이 낮다.
경북도는 '복구비지원독려반'까지 편성해 '선지원 후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공공시설 복구비를 조달해야하는 시.군은 더 어렵다.
지방채 발행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아야 할 형편이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지 12일로 한달이 지났다
복구실태를 점검했다.
▨선지원 후복구 지켜지나
"면에서 지원받은 것은 쌀10㎏ 1포대와 라면 2박스뿐입니다.
위로금을 준다고 하나 아직까지 한 푼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조완석(78.영양군 일월면 도계리)씨는 흙투성이 벼를 수확하다 콤바인이 고장나 3일째 세워놓고 정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한(77.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씨도 "1천300평 논이 침수돼 돈이 말랐다"며 정부 위로금 배정만 기대하고 있었다.
특별재해지역 수해주택 복구비도 아직까지 농민들 손에 쥐어지지 않은 상태다.
영양군에 따르면 주택파손정도에 따라 지원되는 국비의 경우 지난 6일 중앙부처에서 3억5천만원 교부결정통지서 공문만 보냈을 뿐 자금배정이 되지않아 수재민들에게는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장월선(75.여)씨는 "산사태로 집지을 땅도 사라졌다"며 "대지를 구입해야 하지만 손에 쥔 돈이 전혀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안형준 영양군 건설과장은"지난주 27가구분 컨테이너를 8천만원에 임대해 집을 잃은 주민들을 입주시키면서 예산을 미리 지출했으나 중앙에서 아직 돈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늦어지는 복구
농경지 10㏊가 침수 또는 매몰피해를 입은 영천시 화북면의 경우 11일 현재까지 농경지를 복구한 농가는 한 곳도 없다.
화북면 담당공무원은 "개인이 농경지를 복구하고 면에 신고하면 사실 확인 후 복구비를 지급하지만 아직까지 복구비를 요청해온 사례가 없다"며 "농경지 복구비 예산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복구를 위한 설계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이춘석 영천시 재난방재담당은 "항구복구 대상 시설물 453건 중 시청 자체설계가 124건, 외부용역이 329건"이라며 "자체 설계를 이달 말까지 마치기 위해 본청과 읍.면 토목직 공무원 23명이 매일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수해주택 복구 역시 지지부진하다.
조광현(62.영양읍 상원리)씨는 "수해주택 복구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농협융자금은 준공검사가 나와야 받을 수 있고 주택업자들은 자재구입 등을 내세워 선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 치수방재과장은 이와 관련 "지자체가 금융기관과 협의해 주택복구 공정률에 따라 융자금을 차등 지원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집단민원 봇물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컸던 영양과 청송 등 경북북부지역 농민들은 미상환 영농자금에 대한 상환유예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농작물피해지원금이 영농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올해 빌린 영농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빌린 영농자금은 상환이 연기됐으나 내년에는 대출한도 때문에 영농자금을 아예 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청송군 농가들도 피해현장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풍수해로 인한 미상환 영농자금에 대한 상환유예와 대출한도 제외를 건의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농협관계자들에 따르면 "피해농가의 민원이 봇물을 이뤄 관계당국에 건의했으나 후속 조치가 없어 안타까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또 특별재해지역에 대한 융자금 지원도 대부분 담보를 요구해 융자가 어렵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영양농협 오창연(대부담당)씨는 "담보감정평가액 또는 보증인,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에 의한 채권보증 중 하나가 있어야 수해주택 융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 미천1.2리 주민들은 최근 경북도청을 방문해 지난 태풍때 붕괴된 미천제방 붕괴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도청에서 관리하는 지방1급 하천인 미천제방 붕괴로 300여㏊가 침수돼 논이 진흙 뻘로 변하면서 콤바인 작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추수를 위해 200평당 3만원씩의 일당지원을 요구했다.
▨허리휘는 지자체
경북지역의 태풍 '매미' 재산피해액은 총 6천688억여원에 이른다.
피해 복구 비용은 총 1조1천114억원에 달해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은 빚더미위에 올라앉게 됐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786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영양군의 경우 복구비용만 1천182억3천만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중 군비로 충당해야할 금액은 120억8천200만원의 절반인 60여억원이다.
영양군은 50억원은 기채하고 10억원은 자체 세입으로 충당키로 했다.
영천시는 태풍피해시설 항구복구를 위해 713억8천여만원의 복구비를 계상하고 중앙정부와 경북도에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시가 부담해야할 돈은 41억원. 시는 자체 재정으로는 1억원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40억원은 경북도지역개발기금을 빌려쓰기로 하고 도에 승인을 요청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120억원의 시비를 부담했던 김천시는 이미 200억원을 기채해 올 예산에 편성했다
게다가 김천시는 올해 필요한 수해복구비용 702억원 중 40억원 정도를 시비에서 추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 비용도 기채할 수밖에 없어 내년 예산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김천시는 2년 연속 기채를 할 경우 재정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중앙재해대책본부에 전액 국비지원 또는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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