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무와 숲 있어야 도시민 삶 질 향상"

"산은 거대한 휴식처이자 자연학습장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소중한 유산이니까 아끼고 사랑해야죠".

지난 6월 퇴직한 전 대구시 녹지과장 이정웅(58)씨. 올해로 두 돌을 맞은 '산의 날(10월18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 수목원에서 만난 그는 방금 산에서 내려온 것처럼 등산모에 등산화 차림이었다.

"전임 시장때 였어요. 일주일에 한 번 갖는 실국장들과의 회의때 꼭 저를 참석시키셨어요. 산에 다닐때 편하도록 등산화를 신고 출근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죠".

지난 1969년 9급 농림직으로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34년간 오직 산에만 매달렸다.

'푸른 대구 가꾸기' '팔공산 옛 이름 찾기' '담장 허물기' '대구 수목원 조성' 등 그가 참여하지 않은 녹지조성 관련 사업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대구 녹화사업의 산 증인인 셈이다.

"산림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지역의 산이 참 아름답다는 것과 지역민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두번 놀랐죠". 그는 지난해 UN이 정한 '세계 산의 해'를 기념, 지역내 40여곳의 산을 돌아다니며 희귀식물, 야생화, 사찰 등을 발굴했고 잊혀진 산이름 30여개를 찾아냈다.

그가 집필한 책만도 '팔공산을 아십니까(93년)' '나의 사랑 나의 대구(95년)' '대구의 야생화(99년)' '대구가 자랑스런 12가지 이유' 등 6권에 이른다.

그는 녹화사업이 '백년대계'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속에서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 그가 95년 기획한 대구 수목원 조성사업도 당시엔 쓰레기장에 수목원 설치는 어불성설이라는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랬던 수목원이 지난 2001년 환경부로부터 우수환경복원사례로 선정돼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고 했다.

이씨는 퇴직후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지역 녹화 세미나에 초청돼 대구사례를 강연했고, 대구 수목원에서 숲 생태 해설가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나무들이 들려주는 푸른 대구 이야기(가칭)'이란 제목으로 책도 낼 계획이다.

"녹화사업의 성패는 결국 시정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에 달려있어요.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나무와 숲밖에 없어요".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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