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보물 '야산'-휴식.운동 장소 도시민 건강지킴이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56%(4만9천598㏊)가 산이어서 대구는 '산의 도시'라 할만하다.

그 중에는 팔공산.비슬산.앞산 같은 큰 산도 있고, 시가지 한복판이 돼 버린 야산도 있다.

하지만 적잖은 산들은 이미 거주지역으로 변해버렸다.

초고층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는 남산동 일대(본지 4일자 보도)의 아미산이 대표적인 경우.

하지만 이제는 남은 산들이 도시인들에게 산책.등산로를 제공하고 운동할 곳이 돼 주면서 또다른 역할을 얻었다.

남은 것이나마 잘 보전하는 일이 개발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보물이 된 야산

와룡산은 성서 일대 시민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높이 390m로 높잖고 경사까지 비교적 완만해 휴식.운동에 딱 맞는 것. 이경은(38.여)씨는 "40~50대 아줌마들이 모여 기체조를 하고, 윗몸 일으키기, 훌라후프, 줄넘기 등도 한다"고 했고, 오달원(51)씨는 "새벽부터 주민들로 붐빈다"고 했다.

달서구청 장정걸(44) 공원1팀장은 "지난해 3억원을 들여 산책로를 정비하고 식수대를 설치했다"며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해 주민 사랑이 더 크다"고 했다.

와룡산은 1999년 4월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

오달원씨는 산의 유래를 알고 나니 정이 더 가더라고 했다.

이 산은 용이 누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고, 이무기가 승천하다 주저앉은 모양이란 얘기도 있다는 것. 60대의 한 주민은 "산이 빙글빙글 돌던 중 빨래하던 아낙이 놀라 지른 소리에 그만 지금 모습으로 멈춰 섰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와룡산은 대부분 사유지. 성주 도씨와 김해 허씨 문중이 각각 '병암서원'과 '용강서원'을 지어 놓고 있다.

병암서원 도태기(67) 회장은 "병풍 같은 바위와 글 읽던 반석이 있어 '병암골'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골짜기에서는 경상감사가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며 칠곡 지천서부터 서구 이현.상리.중리동에 까지 이르던 와룡산이 개발로 인해 지금은 용의 몸통에 해당되는 부분만 남았다고 안타까와 했다.

◇곳곳에 휴식처

높이 100여m의 침산동 오봉산은 1979년 '침산공원'으로 지정됐고, 매년 5월 아카시아축제가 주민 잔치로 열린다.

북구청 도시관리과 이수직 주임은 "고도제한때문에 정상에 정자를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됐다"며 "편의시설 확충 요구가 많지만 자연보존 우선이어서 여의찮다"고 했다.

주민 이승진(48)씨는 "경관이 좋고 오르기 쉬워 운동코스로는 그만"이라며 "여름 밤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깔고 지낸다"고 말했다.

김영석(53)씨는 "왕복 1시간 정도로 길이가 짧고 운동기구와 넓은 다목적 운동장도 갖춰져 아침 저녁으로 자주 찾는다"고 했다.

1봉에서 5봉까지 봉우리 다섯개가 있어 오봉산이라 불린다는 이 산은, 소가 앉은 모양이라고 '와우산'(臥牛山), 빨랫돌이 많다고 해 침산(砧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산등성이에서 보이는 무태 강변의 흰 모래가 눈부시게 아름다워 일대가 '백사(白沙)벌'로 불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칠곡지구가 개발되면서 높이 290여m의 함지산은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다.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같이 생겼다고 해서 함지산 또는 '방티산'으로도 불린다는 이곳은 운암지 수변공원과 맞붙어 주말엔 산책객이 더 많다.

정상엔 대구시기념물 6호 '팔거산성' 터도 남아 있다.

김명효(44)씨는 "멀리 있는 팔공산을 제외하곤 함지산이 칠곡의 유일한 숲 지역"이라며 "40분~1시간 가량 걸어 산 정상에 이르면 강북지역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했다.

장종순(56.여)씨는 "주유소.편의점이 운암지 앞에 들어서면서 경관을 해친 것 같아 아쉽다"고도 했다.

청룡산 자락인 달서구 삼필산은 대곡지구 주민들이 즐겨찾는 쉼터. 봉우리가 세개여서 '삼필봉'이라고도 불리며 월광수변공원과 인접해 운치를 더한다.

김재홍(47)씨는 "완만해 산책에 좋고 주변 경관도 수려하다"며 "앞산 달비골부터 삼필산까지 2시간 가량 등산하고 나면 몸에 생기가 솟는다"고 했다.

달서구청 이한중 녹지 담당은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정상에 높이를 표시한 지표석을 세웠다"고 했다.

◇산 사랑이 대구 사랑

대구시에 따르면 역내에서 이름을 가진 산은 모두 54개. 그 중 절반은 작년에 벌인 '잊혀진 산 이름 찾기 운동'으로 옛이름을 회복했다.

태복산(태전동) 수리봉( 〃 ) 매봉( 〃 ) 잠산( 〃 ) 구수산(읍내동) 화담산(연경동~지묘동) 무학산(지산동) 유건산(노변동) 학산(본동) 장지산(상인동) 함박산(화원읍 명곡리) 천수봉(화원읍 본리리) 삼정산(가창면 우록리) 사방산(가창면 용계리) 죽곡산(다사면 죽곡리) 등이 그것.

'산 이름 찾기 운동은 도심 야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더 높이기도 했다.

선녀가 왕자를 나은 후 태(胎)를 묻었다는 태복산, 화담 서거정 선생이 금호강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는 화담산,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이라는 무학산, 대나무가 많아 죽곡산 등 전설들도 이때 채록됐다는 것. 대구시 김진홍 산림 담당은 "주5일제 근무가 확산될 것에 대비해서라도 도심 야산 보존 정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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