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KIST) 설립에 관한 법률'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 확정됨에 따라 대구경북은 동남권의 R&DB(연구개발 및 산업화) 허브(hub:중심)로서 도약의 21세기를 개척해갈 수 있는 법률적 토대를 마련했다.
◇향후 5년간 8천500억 투입
향후 5년간 8천500억원을 투입해 첨단 과학기술산업화 연구기관을 세운다는 표면적인 계획만으로는 DKIST 설립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
DKIST는 단순한 한 개의 '연구기관'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시킴으로써 지역혁신을 이끌어 내고 '과학기술 기반의 지식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 지역민의 꿈을 가꾸는 중추기관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커다란 종이 한 장이 놓여져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여기에다 고양이를 그릴 수도 있고, 호랑이나 하늘을 나는 용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이제 지역민의 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종현 경북대 교수(DKIST 설립을 위한 연구모임 위원장)는 "우리지역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반드시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인 과학기술 두뇌집단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지역 전문가들과 언론의 요구를 정치권이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정.관.민.언론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DKIST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프라, 인재 갖춘 대구.경북
사실 수도권을 제외한다면, 대구 경북지역만큼 뛰어난 잠재적 인프라를 갖춘 곳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구미공단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하고 있고, 포항의 포스코, 울산의 현대자동차, 창원의 기계공업단지 등 주요 생산기지들이 모두 우리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배출된 인력의 우수성은 또 어떤가. 지난 30년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된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출신들은 IMF 구제금융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 IT(정보기술)산업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고, 영남대 기계공학부 역시 20년 넘게 국책공과대학의 위치를 지켜왔다.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꼽히는 포항공대와 1987년 1천50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이후 매년 1천억여 원의 연구.운영비를 지원받으며 국내최고 수준의 민간연구기관의 위상을 정립한 (재)포항산업과학연구원도 우리지역에 있다.
이밖에도 대구경북 50여 개 대학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인력풀은 지식경제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재의 보고'임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역의 경제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대구는 변변한 일자리 하나 없고, 포항이나 구미 역시 우수한 인재를 온전한 '지역민'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고급인재일수록 기회만 닿으면 떠나고 싶은 곳이 대구경북인 것이다.
◇대구.경북의 침체 벗어날 계기
많은 지역민들은 '서울중심주의'와 '수도권 집중'을 탓하지만, 솔직히 대구경북의 침체와 위축은 우리 지역민 스스로가 자초한 셈이다.
생활권과 경제권을 같이하는 대구경북이지만, 정치인과 관료들은 '선거구'와 '행정구역'이라는 낡은 틀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틈만 나면 서로를 외면해 왔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보다는 소아적인 '생색내기'에 더 몰두했으며, 주민들은 이런 정치인과 관료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다.
각 대학과 전문가 그룹의 폐쇄성과 이기주의 병폐도 지역사회를 좀먹고 있었다.
대학마다 테크노파크, RRC(지역연구센터), TIC(지역혁신센터), NRL(국가지정연구소) 등 다양한 혁신기관들이 있지만, 서로 분절되어 있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일부 교수들은 지역사회 전체보다 자기 분야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면서 로비와 정치권 및 관료와의 밀착으로 지역사회의 비전을 왜곡시켰다.
◇대구.경북 역량 총동원 성공시켜야
DKIST는 이런 지역사회의 병폐를 혁신하기 위한 혁신운동의 중심에 있다.
DKIST 설립 운동의 출발은 지역혁신 운동의 시작이었으며, DKIST의 성공은 지역혁신 운동의 완성인 것이다.
"공직생활 30여 년 동안 DKIST처럼 대형 프로젝트가 이처럼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것은 DKIST를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대구경북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키는 것만이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의 말이다.
박종근 의원은 "법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해 DKIST 성공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면 "DKIST를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잠재역량 실현을 극대화시키고, 21세기 성장엔진으로 만들어가느냐는 전문가와 언론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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