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살인자야"
청문회장에서 러니언이 외친다.
"낙태를 찬성하는 당신은 바로 아기 살인자야!". 이때 핸슨은 러니언의 결정적인 약점을 잡고 있었다.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가는 러니언의 부인이 낙태를 한 적이 있다는 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카메라는 흥분해서 떠벌리는 러니언으로부터 빠르게 커트해서 갈등하는 핸슨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러나 핸슨은 그 사실을 폭로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소신을 반복한다.
사형은 철폐돼야 하며, 가정의 총기류는 압수되어야 하고,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격을 가할 절호의 찬스. 그녀는 왜 그 칼을 쓰지 않았을까. 결말에 대통령이 이유를 묻자 핸슨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폭로는 의미가 없다.
맞서면 이런 비열한 짓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섹스파티'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다.
그녀는 미국 부통령이 되기에 흠이 없는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청문회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자 그녀는 원칙주의자였던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라고 답한다.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원칙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치다.
영화 속 대통령(제프 브리지스)은 노회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세속적이면서 정신적 기벽까지 가지고 있다.
그의 정적인 공화당원 러니언은 파괴적인 인물. 건강하지 못한 야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둘은 견고한 권력을 쥐고 양립하고 있다.
마치 그들만이 민주주의의 표상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나는 개인의 능력보다 사생활을 캐고, 다른 하나는 진실을 도외시한다.
둘 다 제퍼슨은 아닌 것이다.
감독은 미국정치라는 것이 민주주의보다는 권력과 인구통계의 문제(다수결이 아닌)라고 이해한다.
정치인은 권력을 즐기는 이와,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흠까지 망각한 '욕망의 동물'로 묘사된다.
'경쟁자'라는 뜻의 '컨텐더'를 한국 땅으로 옮기면 현재 특검법 정국이 될 것이다.
'조건부 거부'에 '무기한 단식', '등원 거부' 등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비록 '법대로'이지만 국민의 다수가 원하는 특검법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수당의 대표로 국회를 마비시킨 채 단식에 돌입하는 정국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면 대결에 사법부까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특검제도 본래 취지에 반한다"며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권분립은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다.
이렇게 놓고 볼 때 현재 정국은 총선, 곧 권력을 앞두고 벌이는 삼권이 분열된 '파행 정국'인 것이다.
그 속에서 내년 예산안 의결이 불가능하고, 농어촌 지원대책 특별법,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 등 국정 주요현안과 경제.민생 법안 심의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원칙을 주장하지만 결국 상처 입는 '컨텐더'의 주인공과 같은 '몰골'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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