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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추상화가(?)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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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아흔 둘의 일기로 생을 마친 후에도 책뿐만 아니라 뭇 사람들의 입으로도 무수히 회자된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전 생애에 걸쳐 4만여점이나 남긴 엄청난 작품 수 못지 않게 다수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며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말년에는 자신보다 40년 연하의 아내를 얻기도 했던 그는 잠시도 동반자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지상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회화사가 여성사라 할 만큼 주변의 여성들로부터 작품제작에 절대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생애 일곱명의 동반자 중 여섯 번째 연인인 프랑스와즈 질로는 법대를 다닌 지적 여성이다.

예순다섯의 피카소와 만나 10년간 동거생활을 하다 헤어진 후 나중에는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담긴 회상록을 남겼는데, 책에는 자신이 어렵고 외로울 때는 여인에게서 위안을 구했지만 정작 보살핌이 필요한 자신의 여자에게는 냉혈한 인간처럼 무책임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적고 있다.

그의 여자에 대한 열정과 탐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질화된 편력이 한 여자와 사랑을 하면서도 계속 다른 여성들을 탐했던 관계로 자기 여인들한테는 절망적인 고통을 안겨줬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떠나거나 버림을 받았던 여자들은 한결같이 피카소를 미워하지 않았다는데, 헤어진 뒤에도 그의 주변을 얼쩡거렸고 오히려 "그와의 시절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하니 여자 속은 알 듯하면서도 정말 수수께끼다.

말이 나온 김에 피카소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짚어볼까 한다.

피카소만큼 옛 대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작품을 차용했던 화가도 드물다.

이미 알려진 작품들에 자유로운 변형을 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양식, 기법, 내용에서 매우 다른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이러한 개작(改作)은 철저한 구상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했다.

수없이 많은 자료 어디에서도 피카소가 추상그림을 그렸거나 추상화가라는 말이 없다.

피카소는 폴 세잔의 영향으로부터 탄생된 큐비즘 창시자의 한 사람으로서 추상이라는 관념을 처음 체계화했을 뿐 분명히 구상화가이다.

남학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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